최근 해외 ESG 소송, 모기업의 법적 책임 경계 확대 흐름
ESG 리스크 관리와 ‘부당한 경영간섭’ 간 충돌 가능성↑

규제를 이행하는 기업에게 법적 책임이 확대되고 있는 최근 ESG 규제. 때문에 모기업이 협력사를 과도하게 규제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규제를 이행하는 기업에게 법적 책임이 확대되고 있는 최근 ESG 규제. 때문에 모기업이 협력사를 과도하게 규제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ESG 공시 의무화, EU 공급망 실사 등 글로벌 ESG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공급망 차원 ESG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수록 부당한 경영간섭 규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최근 ‘최근 ESG 해외소송과 기업리스크 관리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와 같이 주장했다.

◇ ESG 이행할수록 리스크가 커진다?

최근 폐선박 판매를 중개한 한 영국기업이 선박해체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피해자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해당 중개기업은 영국 항소법원에 ‘피해 발생에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각하를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 항소법원은 ‘중개기업이 위험의 생성에 관여했는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며 소송이 진행돼야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즉, 사고발생에 있어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생성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한경연이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사례를 소개하며, ESG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의 법률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해당 소송은 아직 진행중이지만 영국 법원의 ESG 관련 기업 책임의 경계에 대한 시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며 “향후 최종 판결에 따라 기업책임의 경계가 상품의 제조, 판매 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급망보다 훨씬 확대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해외자회사와 그룹차원의 정책을 공유하고 해외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행했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발생한 피해 책임을 묻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영국대법원의 사례도 제시했다.

이는 독립된 법인격을 이유로 해외 자회사의 불법행위에 모회사의 자동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던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은 사례다. 문제는 해당 사례의 경우 EU 공급망 실사지침에 따라 모기업이 자회사와 협력기업에 ESG리스크를 관리한 것이 오히려 법률적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선임연구위원은 “공급망 실사지침을 충실히 준수하더라도 ESG 리스크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리스크 발생시 지침에 따른 이행 행위가 법률적 책임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최근 ESG 규제(출처:한국경제연구원)/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최근 ESG 규제(출처:한국경제연구원)/그린포스트코리아

◇ 지킬 수밖에 없는 ESG, 보완책 마련 필요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경우 글로벌 ESG 규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외 시장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보고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협력기업과 강도 높은 ‘협력적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력’의 정도가 실질적 효과를 가질 수 있으면서도 현재의 경영간섭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ESG 리스크에 대한 기업의 법률적 책임이 커질수록 협력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감독도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협력기업의 경우 이러한 관리·감독을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판단해 원청기업과 협력기업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규범준수에 따른 유·무형 비용이 너무 크다고 느낄 경우 규범을 회피하려는 인센티브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경우 ESG 리스크 관리의 강도도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는 ‘부당한 경영간섭’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 규제(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등)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는 ESG 리스크 관리와 경영간섭 금지 규제간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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