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바람타고 어닝서프라이즈 기록한 엔비디아
AI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HBM 시대 온다

ChatGPT부터 생성형 AI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실적 향상이 기대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ChatGPT부터 생성형 AI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실적 향상이 기대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챗(Chat) 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까지 이어지는 인공지능(AI)의 성장세에 힘입어 반도체 분야에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생성형 AI의 특성상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필수적인 만큼 실적 침체에 빠진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새로운 성장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미국에서 불어온 반도체 훈풍, AI 흐름 탄 엔비디아

경기침체에 따른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실적 악화에 움츠러들었던 국내 반도체 기업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번 훈풍의 발생지는 미국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가 지난 24일(현지시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호실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2억달러(약 9조5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로 감소했지만 직전분기보다 19% 상승한 실적을 달성했다. 순이익도 20억4300만달러(2조7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가의 추정치(매출 65억2000만달러)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예상 밖의 호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전망치를 전년 동기 대비 64% 높은 110억달러(약 14조5300억)으로 예고했다.

엔비디아가 이러한 자신감을 드러낸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가속화되고 있는 AI의 성장세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챗 GPT’의 열풍이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능동적으로 생성하는 ‘생성형 AI'로 이어지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생성형 AI에 사용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개발하려면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와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GPU 전문 업체인 엔디비아는 AI 최적화된 GPU를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용 GPU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터 산업은 컴퓨팅 파워와 생성형 AI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중이며, 공급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폭등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2배 이상 증가하며 시가총액 95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회사로는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 클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AI에 필수적인 광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4월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한 12단 적층 HBM3 24G 패키지(사진=SK하이닉스)/그린포스트코리아
AI에 필수적인 광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4월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한 12단 적층 HBM3 24G 패키지(사진=SK하이닉스)/그린포스트코리아

◇ AI 흐름,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의 봄 온다

이러한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원대로 올랐다. 무려 14개월만의 일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10만원대로 올라서며 훈풍을 제대로 탔다.

증권가는 이번 상승세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관련 종목들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생성형 AI의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상승세에 한몫하고 있다.

생성형 AI에는 GPU 뿐만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생성형 AI에는 무엇보다 연산 시간을 단축하는 ‘컴퓨팅 파워’가 핵심 기술로 꼽힌다. 때문에 메모리도 초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HBM 개발에 집중해왔다. HBM은 D램 여러개를 수직으로 붙여 전송속도를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다. 넓은 대역폭으로 한번에 CPU로 보내는 데이터의 양을 대폭 향상시킨 제품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한 바 있으며, 지난 4월 D램을 12단으로 쌓아올린 24GB HBM3을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역시 HBM3 12단 24GB 양산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또한 하반기에는 데이터 저장 용량을 높인 차세대 HBM3P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HBM3P의 제품명 ‘스노우볼트‘로 출원하며 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T 전방산업 수요 전환이 이뤄지면서 HBM 제품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중장기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며 “HBM은 2024년~2025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 기여도가 20%를 넘기며 향후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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