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 건의
금융투자업계 반발 예상, 금융당국 신중하게 접근
은행권 "서비스 품질이 향상, 고객 선택권도 확대"

<편집자주> 이자이익에 의존하던 은행들이 자산관리(WM) 조직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은행마다 WM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자산관리 시장 선점에 힘을 쏟고 있다. 최대 역점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퇴직연금시장.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전면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다. WM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들의 총성 없는 전쟁을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사진=금융위원회)/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금융위원회)/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은행권에서 최대 화두는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면서 비이자이익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WM) 부문 강화에 나서며,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WM 부문을 강화하고 금융당국이 요구한 비이자이익 개선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8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들은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와 로보어드바이저(RA)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WM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만능통장’이라고도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투자일임업 겸영이 허용되고 있다.

자료=은행연합회.
자료=은행연합회.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2%로 미국은행 비이자이익 비중(30.1%)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 비이자이익 대부분도 기타업무 관련 수수료, 업무대행 수수료가 차지하는 실정이다. 투자일임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금융투자업권에만 허용돼,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은행들에 비이자이익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비이자이익 포트폴리오 확대는 규제로 인해 한계가 있고, 수익 창출이 어려운 점이 있다. 투자일임업을 은행에 전면으로 허용해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투자일임업이 은행권에 전면 허용되면 ·운용 수익으로 사업이 전환돼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으로부터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금융사 간 경쟁 촉진으로 서비스 품질이 향상돼 고객 선택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은행권에 투자일임업이 전면 개방되면 기존 사업자인 금융투자업계의 반발이 예상돼, 금융당국도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에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인지 우선 검토하고 국민에게 어떤 금융 편익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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