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재열풍에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까지
지난해 코스피 개별기업 중 상승률 1위
주력은 발포제…2차전지 테마타고 ‘급등’
자원개발사업 등 시장 의구심↑

코스피 상장사 금양이 전(前) 홍보이사이자 일명 ‘배터리아저씨’로 유명세를 탄 박순혁의 사임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으로 주가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트렌드로 오른 ‘밈주식(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탄 주식)’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금양 CI. (사진=금양 홈페이지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금양 CI. (사진=금양 홈페이지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17일 한국거래소는 이날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해당 소식에 금양의 주가는 장중 7% 이상 급락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후 누적 벌점이 10점을 넘기면 거래가 정지된다. 금양의 현재 누적 벌점은 8.5점이다.

금양은 지난해 2차전지 테마주로 묶이며 급등세를 연출했지만 주요 사업 분야는 발포제 생산·판매다. 올해 1분기 금양의 발포제 매출액은 265억원 규모로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한다. 발포제는 고무나 합성수지에 기포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첨가제다.

금양은 발포제 사업 부문에서 자동차 내장재 및 친환경 발포제 등 고부가가치 발포제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금양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건 지난 2020년 2차전지 소재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다. 금양은 전기차용 리튬배터리의 핵심재료인 수산화리튬 가공과 이차전지 성능 향상을 위한 지르코늄 첨가제 사업, 원통형 2차전지 사업과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1월엔 수산화리튬을 미국 GM사와 캐딜락사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엔 민주콩고의 리튬 광산 개발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공시 후 투자 회사의 자본금 24만원 규모로 터무니 없이 작다는 점과 아프리카 국가의 자원개발 사업에 반드시 있어야할 현지 광업청과 계약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단기에 급락하기도 했다. 

이달 10일엔 6000만달러 규모의 몽골의 광산회사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날 역시 주가가 들썩였다. 다만 이날 공시에서 양해각서가 당사자 간 본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보조수단에 불과할 뿐, 당사자들이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이날 체결된 양해각서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의무도 지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든 양해각서 관련 공시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되진 않는다.

금양의 최근 5년 주가 추이. (사진=구글 갈무리)/그린포스트코리아
금양의 최근 5년 주가 추이. (사진=구글 갈무리)/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이후 주가 급등은 배터리아저씨로 잘 알려진 박순혁 전(前) 홍보이사의 역할이 컸다. 박 전 홍보이사는 다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국의 배터리 밸류체인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동시에 상승여력이 있는 2차전지 종목 8개를 골라 추천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박 전 이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금양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된 이후 퇴사했다. 박 전 이사는 전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2차전지 산업을 분석하는 유료 강의 개설 계획을 밝혔다.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는 모양새다. 자원개발 사업과 같은 호재성 재료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이 다수인데다 실적 역시 급감한 영향이다. 금양의 1분기 영업손실은 -858억원, 당기순손실은 -265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한 달 간 금양의 주가는 33% 하락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등 전기차용 배터리 광물의 수요 확산에 편승한 광구 개발 재료주 일부의 버블이 심각하다”며 “과거 정부의 자원 개발주 거품 붕괴 재연 가능성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배터리 광물 수요의 증가는 확실하나, 광구의 개발과 생산은 또 다른 차원의 얘기”라며 “개인투자자들은 관련주 투자시 사업의 타당성을 꼼꼼히 검증하는 것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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