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중형급 이상 증권사 인수 검토
유안타·SK·이베스트·교보증권 인수 물망
“인수 후 자본비율 하락…재무건전성 관리↑”

우리금융그룹 사옥.(사진=우리금융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금융그룹 사옥.(사진=우리금융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금융그룹이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인수 유력 후보군에는 유안타증권, SK증권, 이베스트증권, 교보증권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우리금융은 그룹 간 시너지와 자본비율, 주주가치 제고 등을 고려해 중형급 이상을 인수할 전망이다. 다만 인수 과정에서 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해,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91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호실적은 우리은행이 견인했다. 은행과 다르게 비은행 계열사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우리금융은 NH농협금융그룹(당기순이익 9471억원) 대비 비이자이익 부분에서 뒤쳐져 4위 자리를 내줬다.

◇ 자기자본 1조~3조원 규모 증권사 인수 검토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올해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임종룡 회장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그룹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며 “증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남영탁 흥국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그룹은) 1분기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이 12.1%를 기록해 충분한 자본을 바탕으로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그룹의 사업구조 다각화를 통한 균형 있는 수익구조 개편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우리금융은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중형급 이상 증권사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통상 중형급 증권사는 자기자본 1조~3조원 규모의 회사를 뜻한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자산관리 서비스, 그룹 시너지에 조금 더 유리하고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보유한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수 유력 후보 ‘유안타증권’…유안타 “매각 추진 無”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M&A 장바구니에 △유안타증권 △SK증권 △이베스트증권 △교보증권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4분기부터 증권업황 부진으로 증권사 몸값이 많이 낮춰진 것도 인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인수 유력 후보인 유안타증권은 시가총액이 5000억원대로, 탄탄한 리테일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전상욱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사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 M&A는 적정 자본비율 유지, 주주이익 극대화 관점을 고려하면서 추진할 것”이라며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등 그룹 시너지에 유리하고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보유한 리테일 기반 증권사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안타증권은 공시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SK증권은 최대주주가 사모펀드(PEF)라는 점에서 매각 협상이 쉬울 것으로 전망돼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또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G&A의 보유기한이 올해 6월까지여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교보증권은 모회사인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간 풋옵션 분쟁으로 매각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 12% 초과한 CET1 비율, 중형급 증권사 인수시 1%p↓

우리금융은 인수를 위한 실탄을 충분히 마련한 상태다. 1분기 말 현금성 자산만 34조원에 달하고, CET1 비율도 12.1%로 여력을 갖췄다. CET1 비율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은 10.5% 이상이다. 우리금융이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의 중형급 증권사를 인수하면 CET1 비율이 1%포인트(p)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규제 기준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이성욱 우리금융 CFO는 지난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위험가중자산 20조원은 1% 정도다”며 “(CET1 비율은) 중형급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0.5~0.6%p 수준의 영향이 있을 것이며, (CET1 비율을) 10.5% 밑으로 잡는 것은 어려운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과정에서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초 우리벤처파트너스(다올인베스트먼트)를 2125억원(지분 52%)에 인수했다. 자회사에 대한 출자 총액을 자본으로 나눠 산출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우리금융이 97.8%로 타사 평균치(117.1%) 대비 낮아 안정적이나, 인수 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고려하고 있는 조건의 증권사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 과정에서 자본비율 하락이나, 향후 자본확충에 따른 부담, 재무건전성 관리 등 다양한 부분에서 합당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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