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택 편집인
이용택 편집인

옥좌에 앉아보길 간절히 원했지만 정작 기회가 오자 단 하루 만에 도망 간 고대 그리스인이 있다. 다모클레스라는 사람이다. ‘다모클레스의 검(The Sword of Damocles)’이란 용어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이 인물과 관련된 내용은 이렇다.

“그렇게 옥좌에 앉고 싶은가. 그럼 한번 앉아보게”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섬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오스는 신하 다모클레스가 옥좌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것을 알고 하루 동안 옥좌에 앉아보라고 권했다.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다모클레스는 냉큼 동경하던 옥좌에 앉았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천장을 바라보라”는 왕의 말 한마디에 다모클레스는 혼비백산해 도망친다. 바로 머리 위 천장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예리한 칼이 말총 한 가닥에 매달려 번뜩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가. 그래도 앉고 싶은가. 난 항상 내 자리가 위태롭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리 위에 칼을 매달고 있다네” 다모클레스는 이후 왕에 대한 부러움을 버리고 결코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한때 세계적인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는 한국 등 17개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다모클레스 조기경보시스템’이라는 분기보고서를 내놓다 정작 자신이 그 칼에 맞아 몰락했다.

대표이사 선임 문제로 공전(空轉)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통신기업 KT를 보노라면 옥좌에 앉으려다 화들짝 놀라 도망친 다모클레스가 떠오른다. 이미 2명의 후보자가 그 자리를 탐하다 황급히 사퇴해 버렸다. 그렇게 탐하던 자리를 왜 사퇴해야만 했는지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분명 대표이사 자리 위에 서슬 퍼런 칼이 매달려 있었음에 틀림없다.

한 명은 연임 적격심사를 받아 확정됐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추가 경선 절차까지 거쳐 재확정됐는데도 사퇴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주총 직전 최종후보 선임 소감문까지 발표했다 돌연 포기했다. ‘그들만의 리그’니 ‘이익카르텔’이니 하는 정부와 여당의 노골적인 비판에다 검찰 수사까지 겹치자 덜컥 겁이 났을 게 분명하다.

이제 이런 자리를 맡을 적임자를 다시 찾기 위해 새로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KT는 최근 대표이사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뉴거버넌스구축 태스크포스(TF)’를 이끌 외부전문가 5인을 선정했다. 이들은 앞으로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의 역할, KT 지배구조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새로운 대표이사를 공모해 선임하더라도 그 역시 날카로운 ‘다모클레스의 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내용은 다르다. 이제는 ‘정권 카르텔’이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이사가 교체된 두려움에도 짓눌리게 된다.

KT는 지금 대표이사 부재와 성장 둔화 우려로 뒤흔들리고 있다. 주가가 이를 말해준다. 올들어 코스피는 우상향 추세지만 KT 주가는 반대로 내리막이다. 증권사들도 KT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도 통신사 중에 나홀로 역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대표이사 후보자 줄사퇴에 따른 직원들의 자괴감도 크다.

앞으로 누가 대표이사 공모에 참여하든 ‘다모클레스의 검’ 아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이겨낼 용기가 있는지 먼저 자문해 봤으면 싶다.

yt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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