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저축은행·카드업계·상호금융, 지원책 마련
"결국 빚 내야 해, 향후 부담 늘어…근본적 대책 필요"

4대 시중은행 전경.(각 은행 제공)
4대 시중은행 전경.(각 은행 제공)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속출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금융·비금융 지원을 잇따라 내놓으며 정부의 해결의지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내놓은 지원안이 단기성에 그치는 미봉책에 불가하고, 2금융권 재무건전성까지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금융지원 대책으로 경매 유예와 함께 가계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피해자들에게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완화해 자금 여력을 확보해주기 위해서다. 또 특례채무조정과 낮은 금리의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금융지원도 검토되고 있다.

◇ 1금융권, 피해자 구제 지원책 잇따라 공개

1금융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즉각적인 금융지원과 함께 소송, 변호사 선임 등 법률적 지원도 발표했다.

먼저 우리금융그룹은 ‘우리家 힘이 되는 주거안정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그룹 차원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긴급 지원방안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금융지원과 다양한 비금융 지원방안을 펼친다.

우리은행은 피해자들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세자금대출, 주택구입자금대출, 부동산경매 경락자금대출 등 5300억원 규모의 3가지 대출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또 신속한 대출지원을 위해 인천지역 전세피해지원센터 인근에 이동점포를 활용해 대출상담 직원도 상주시킨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원과 별개로 법률적 지원을 담당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소송 ▲변호사 선임 ▲기타 법률 상담 등의 업무를 지원하며, 소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송비용, 변호사 보수 등 실비용을 무료로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원 부분에서 피해자가 전세피해 확인서를 제출할 경우,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2년간 2%포인트(p) 감면해준다. 또 피해자가 해당 주택을 구입하거나 경매낙찰을 받을 때 필요한 주택구입자금대출도 최대 1년간 2%p의 금리를 감면한다.

하나은행은 이번 피해 가구를 위해 ‘하나 상생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나은행은 세대당 2억원 한도로 총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경매가 완료됐거나 거주지를 상실한 가구에는 2000억원 규모의 전세자금 대출 지원 및 1500억원 규모의 주택구입자금대출을 지원한다. 또 경매가 진행 중이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가구에는 1500억원의 부동산경매 경락자금대출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 대출 실행 후 최초 1년간 발생되는 이자 전액을 면제한다. 또한 반환보험 보증료를 포함한 보증료, 인지세, 채권할인료와 중도상환 해약금도 면제키로 결정했다. 금융지원 외에도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본점 내 대출상담 지원반을 구성하고, 전문 심사역 및 주택상품 담당자를 배치해 피해 고객을 위한 상담지원도 함께 펼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전세피해 지원센터로부터 ‘전세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주택구입자금대출, 부동산경매 경락자금 대출 등을 지원한다. 대출 신청 시 최초 1년간 대출금리를 2%p 감면한다.

◇ 2금융권도 전세사기 피해 고통분담 ‘십시일반’

credit card.(사진=picabay)/그린포스트코리아
credit card.(사진=picabay)/그린포스트코리아

2금융권에서도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 고통을 분담한다. 저축은행업계는 금융지원과 함께 유사한 사건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며, 여신금융전문업계는 피해자들을 위해 금융지원을 내놨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는 전세사기 주택의 경·공매 유예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가 저축은행에 전세자금 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율 조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해당 주택을 낙찰 받을 경우,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지원할 방침이며, 향후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다중 채무자, 다수 주택 보유자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카드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대출 원리금 만기 연장, 상환유예, 분할상환 등을 지원키로 했다. 또 피해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대금도 최대 6개월 청구 유예한다.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는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전세대출 이자율 조정 등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새로운 빚만 생길 뿐”…2금융권 재무건전성 우려만 증가

debt.(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debt.(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전(全) 금융권이 내놓는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당장 급한 불만 끄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피해자분들이 금융권 지원으로 당장 숨통이 틀 수 있지만, 결국 빚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상환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가 근본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지원책을 다방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2금융권 재무건전성 우려까지 나온다. 전세사기 대부분이 상호금융권 대출로 알려졌으며, 향후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경우 연체율·부실 채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금융권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연체율도 크게 널뛰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전세사기와 관련된 대출이 2금융권에 집중된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하강 국면인 만큼, 나중에 낙찰가도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피해 회수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라며 “2금융권 부실화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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