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마이크로 허브' 개발 협력 추진… 원전 활용 수소 생산 목표
원전의 환경적 한계에도 수소 수요 해결의 키로 꼽히는 핑크수소

수소.(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수소.(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가 원자력발전소(원전)를 활용한 수소, 즉 핑크수소 생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핑크수소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전기와 고온의 증기를 활용해 탄소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특히 핑크수소는 이미 갖춰진 원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수요를 충족시키고 수소경제를 이끌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원전을 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에너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 美 MMR 기업과 손잡고 핑크수소 주목

초소형원전의 전기와 고온으로 물을 분해해 핑크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마이크로 허브 구축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美 USNC(사진=현대엔지니어링)/그린포스트코리아
초소형원전의 전기와 고온으로 물을 분해해 핑크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마이크로 허브 구축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美 USNC(사진=현대엔지니어링)/그린포스트코리아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그리고 미국 초소형모듈원전(MMR) 전문 기업 USNC는 탄소배출 없는 수소 생산을 위해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3사는 지난 20일 ‘수소 마이크로 허브(H2 Micro Hub)’ 구축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소 마이크로 허브’는 MMR에서 발생하는 전기와 고온의 증기에 고체산화물수전해기(SOEC)의 고온수전해 공정을 적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다. 즉 원자력을 활용해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탄소배출 없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협약에 따라 3사는 향후 5년 간 공동으로 MMR-SOEC 연계 통합 플랜트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 있는 수소 생산 체계 구축을 검토하고, 향후 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실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사업에서 MMR 관련 플랜트 종합설계(BOP) 및 설계·조달·시공(EPC) 업무를 총괄하며, USNC는 MMR 설계·제작·공급을 수행한다. SK에코플랜트는 블룸에너지의 SOEC를 통해 원전 기반의 수전해 수소 생산 시스템을 구성하고 수소 생산 설비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USNC가 협력해 캐나다 초크리버 지역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고온가스로(HTGR) 기반의 4세대 원자로를 적용한 MMR을 활용한다. MMR은 현재 상용화 돼 있는 경수로 기반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온의 증기를 발생시킬 수 있어, 고온에서 작동하는 SOEC를 활용하면 적은 에너지로도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MMR과 SOEC라는 두 친환경 기술을 접목해 경제적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사업을 위해 3사간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재활용 플라스틱 자원화,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계 가진 핑크수소… 그래도 주목하는 이유는?

협약을 체결한 3사가 공동연구에 돌입하는 분야는 핑크수소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핑크수소는 원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와 열로 물을 분해해 생산해 얻는 수소를 뜻한다.

이외에도 수소는 석유화학 및 제철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생산하는 개질 수소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에서 ‘그레이수소’로 불린다. 이러한 그레이수소 생산방식에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수소는 ‘블루수소’, 태양광, 풍력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는 ‘그린수소’로 분류된다.

통상적으로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는 수소는 그린수소 뿐이다. 핑크수소 역시 원전에서 방사능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온전히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RE100(사용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은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RE100은 원전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적지만 폐기물 처리장 등 총 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떨어져 탄소중립의 대안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을 통해 생산하는 핑크수소도 친환경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 판매와 납품을 위한 의무조건으로 RE100을 선정하면서 RE100은 이미 규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핑크수소에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또한 RE100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핑크수소의 생산원가는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해 수입하는 것보다 비싼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핑크수소를 주목하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 상황에서 그린수소 생산, 인프라 확충까지 가기 위한 과도기로 보기 때문이다. 다량의 수소 생산이 가능한 핑크수소는 그린수소 생산 이전까지 대안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GW(기가와트)급 원전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핑크 수소는 연간 20만톤(t)에 달한다.

수소 마이크로 허브 기본 개념 설명도(사진=SK에코플랜트)/그린포스트코리아
수소 마이크로 허브 기본 개념 설명도(사진=SK에코플랜트)/그린포스트코리아

◇ SK에코플랜트, ‘탄소배출 없는 수소’ 생산 모델 만든다

이처럼 핑크수소는 완전한 그린수소 전환으로 수소경제 확립까지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다가온다. 국내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수소경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대안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SK에코플렌트는 SOEC 설비를 통한 핑크수소 생산 외에도 그린수소 생산에도 집중하며, 탄소 배출 없는 수소 생산 모델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실제 SK에코플렌트는 정부 주관 그린수소 생산 실증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또한 그린수소를 저장성이 높은 암모니아나 메탄올 등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개발부터 관련 기자재 생산과 EPC, 그린수소 생산까지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밸류체인을 완비해 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여기에 더해 이번 수소 마이크로 허브 구축 협력을 바탕으로 핑크수소까지 다각화된 ‘탄소배출 없는 수소 생산 모델’을 갖춰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SOEC는 고온에서 작동해 적은 에너지로도 고효율 수소를 만들 수 있어 고온이 발생하는 MMR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라며 “SK에코플랜트가 확보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밸류체인 모델에 더해 경제성을 갖춘 원자력 활용 수소 생산까지 탄소배출이 없는 수소 생산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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