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험 반영하는 금융시장
미국 CDS프리미엄 급등
“유동성 환경 악화...주식시장 하락 압력↑”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금융시장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당분간 주식시장의 하락 압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주식시장의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Unsplash)/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주식시장의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Unsplash)/그린포스트코리아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회 의장이 19일(현지시간) 내년 미국 연방정부 예산 1300억달러(약 170조원) 삭감을 부채한도 상향 조건으로 제시했다. 부채한도 인상폭은 1조5000억달러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부채한도 협상을 두고 각각 조건 없는 한도 상향과 복지 지출 감축 조건을 주장하면서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는 31조4000억달러다. 미국 정부는 세수 외에 나라 살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데 무분별한 발행을 막기 위해 의회가 부채 한도를 제한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이미 부채한도에 도달했다. 오는 6월까진 미국 재무부의 특별조치로 인해 정부 운영이 가능한 상황으로 전망된다. 다만 7월이나 8월 중 연방정부가 채무 이행을 위해 보유한 현금이 모두 소진되는 ‘X-데이트’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못할 경우 미국 정부는 이론적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게 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혜원·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 정부 부채한도 상향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며 X-데이트 도래에 따른 디폴트 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나 기업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클수록 부도위험을 크게 반영한다. 미국 CDS프리미엄 1년물은 연초 16bp(1bp=0.01%포인트)였으나 지난주 사상 최고 수준인 96bp로 급등했다. 5년물 CDS프리미엄도 26bp에서 47bp로 상승했다.

주혜원·김윤경 연구원은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X-데이트가 다가올수록 단기자금시장 혼란 및 주가하락 등 경제의 하방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미국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거론되는 그 자체만으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며 “이번 부채한도 협상이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시기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심리를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채한도 노이즈 지속은 주식시장에 유동성 환경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단기채를 거래하는 주체 중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는 주로 단기물 채권이나 시중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자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역레포(역환매조건부 채권) 거래를 한다. 역레포 거래가 많은 만큼 시중 유동성이 흡수되는 효과가 있다.

최근 금리인상으로 역레포 금리가 오르고, 양적긴축으로 단기물 채권 발행이 줄어 이자매력이 떨어지면서 역레포 잔액이 늘어왔는데 부채한도 협상에 따른 우려로 단기채 수요가 감소하면 이런 추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X-데이트 근접할 경우 현재 단기물 중 수요 여력이 남아있는 1개월물에 대한 수요 역시 추가적으로 하락하면서 MMF 자금의 역레포 집중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며 “당분간 유동성 관점에서 주식시장엔 부정적인 환경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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