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혹한기를 몰고온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가 지난달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덜미를 잡혔다.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설립한 권도형 창업자는 테라·루나 프로젝트 붕괴로 가상화폐 시장에 45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낳았고, 투자자들에게 시장에 대한 깊은 불신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서울 남부지검은 신현성 공동 창업자 등 8명의 부당이득 환수를 위해 총 3231억원대 재산에 대해 법원에 추징 보전을 청구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검찰은 신 창업자가 테라와 루나를 운용하면서 챙긴 부당 이득 규모를 1541억원으로 보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를 촉발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 모두 수사당국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루나 코인을 거래되도록 토대를 제공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책임 유무다. 현재까진 단순히 ‘도의적인 책임’만 짊어지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업비트는 테라·루나 프로젝트를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알려왔고 대형 사고로 번진 이후에도 프리미엄만 1000%에 달할 때까지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 않고 방치하다시피 했다. 투자자 보호에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 뿐만이 아니다. 거래소로서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다는 점도 그냥 넘길 사항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때다. 당시 마련된 기자실에는 특별한 인물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신현성 공동 창업자였다. 이 곳에서 업비트를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에 이어 신현성 공동 창업자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당시 대부분 프로젝트는 개별 세션에 따라 전시장에서 소개됐지만, 신 창업자는 기자실에서 개별 인터뷰까지 할 정도로 업비트로부터 특혜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다. 더구나 이석우 대표와 같은 공간에서 진행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신현성 창업자는 티켓몬스터(티몬) 이사회 의장이었고, 업비트는 일일 거래량이 글로벌 1위에 달할 정도로 가상화폐 시장에선 확고한 위상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의 기자회견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테라·루나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자자와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초대형 ‘사기극’으로 끝나면서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지 못해 눈물을 훔쳐야 했다. 전 재산을 날려 패가망신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더구나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가 사고가 터지기 1년 전인 2021년 2월 19일 루나 코인 2000만개를 비트코인 2081.85개로 교환매매 했다. 현재 시가로 약 770억원대다.

이런 상황에서 업비트의 책임이 단순히 도의적인 사과에서 끝날 수 있을까. 사모펀드 환매중단 등 비슷한 대형 사기가 터진 금융권은 최대 ‘100% 보상’을 하며 동반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도 테라·루나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업비트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억울한 피해자의 피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주고 테라·루나 사태로 산산조각 난 가상화폐 시장의 신뢰를 다시 되살리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지금의 모습은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다.

업비트에 대한 책임 회피 논란이 커질수록 가상화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위상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hd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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