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유분산기업의 역사 반복…정권 외압 논란 지속
유사한 처지에 놓인 포스코, 최정우 회장 임기 주파 관건

31일 주주총회를 개최한 KT. 주총 최대 안건이던 차기 대표 이사 선임은 결국 이루지 못했다.(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31일 주주총회를 개최한 KT. 주총 최대 안건이던 차기 대표 이사 선임은 결국 이루지 못했다.(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KT가 소유분산기업 한계를 넘지 못하고 이사회·리더십 공백에 직면했다. KT 제4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구성하는 데 실패했고,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이 줄줄이 사퇴를 표명해서다.

KT는 주총까지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임안을 가져오는 데 실패하면서 외압 논란을 끊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포스코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KT, 주주총회 개최… 최대 숙제 해결 못했다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제41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총 4개 안건이 상정됐으며,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KT의 주주총회는 이번 주주총회 시즌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해 역대급 성과를 거둔 KT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기 지도부 구성이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12월 연임의사를 밝힌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할 것을 의결했으나, 대주주의 반대로 이를 전면 백지화했다.

이후 KT 이사회는 2월부터 차기 대표이사 후보 공모부터 다시 시작했고, 지난 7일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KT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로 승인 요청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자는 23일 이사회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27일 KT는 윤 후보자의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31일 주주총회에서 예고됐던 대표이사 후보 상정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윤 후보자 사퇴 이후 구현모 대표이사와 김대유, 유희열 사외이사도 자진 사임했다. 뿐만 아니라 윤 사장이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윤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격으로 추천한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으로 폐기돼 사내이사가 한명도 없는 상태가 됐다.

또한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후보 3인에 대한 재선임 안건도 주주총회의 주요안건으로 올라갔으나, 주주총회가 열리기 직전에 후보자들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사회에는 2025년 임기가 만료되는 김용현 변호사 1명만 남게 됐다.

결국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은 실패했고, 이사회 마저 해체된 상황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리더십의 부재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KT는 경영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을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비상경영체계를 가동했다.

박종욱 사장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회사 밖 외풍, 결국 경영 공백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KT의 이러한 모습은 이미 예견된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모습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KT는 2008년 8월 민영화된 이후 5명(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의 대표이사가 3년을 임기로 경영을 이끈 바 있다. 문제는 대표이사들의 입지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흔들렸다는 점이다. 특히 연임을 시도한 대표이사는 검찰 수사를 받았다. 연임에 성공한 뒤 임기를 채운 대표이사는 황창규 전 대표이사가 유일했다.

이러한 모습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연임을 선언했던 구현모 대표이사와 사내인사로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된 윤경림 사장은 배임과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KT 차기 대표이사 인선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실제 KT이사회가 윤경림 후보를 최종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하자 여권과 대통령실은 “내부 인사 선출을 통한 이권 카르텔을 형성”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와 반대로 야권은 “대통령실이 민영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외압을 가한다”며 주장했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지난 30일 KT 본사에서 열린 KT노동조합 정기 대의원회에 참석한 여야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KT 대표이사 외압과 관련해 야당에서 철만난 것처럼 비판하는데, 전 정부도 똑같았다”며 “기존 카르텔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한 지배구조가 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의원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상황 속에 투자와 의사결정을 빨리 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5개월 정도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정부와 여당은 KT 경영에서 손을 떼야한다. 여당에서 관여해 대표이사를 선임하면 국정감사에 나와야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러한 모습에 피해는 고스란히 KT와 이해관계자들이 떠안고 있다. 경영진의 부재로 인해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 전망되면서 KT의 주가는 2월 말 기준으로 3만원 아래로 무너졌고, 한때 10조원이던 시가총액도 7조원대로 하락했다.

지배구조 선진화 및 친환경 신사업 강화로 임기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최정우(오른쪽 2번째) 포스코그룹 회장(사진=표스코)/그린포스트코리아
지배구조 선진화 및 친환경 신사업 강화로 임기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최정우(오른쪽 2번째) 포스코그룹 회장(사진=표스코)/그린포스트코리아

◇ 같은 처지 포스코, 최정우 회장 목표는 임기 완주

KT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KT와 마찬가지로 과거 공기업이던 소유분산기업으로, 2000년 민영화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경영진에 대한 외압 논란이 발생해 온 기업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후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이 올해 초 열린 경제계 신년회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일본 순방에 모두 불참하면서 정권 불화설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포스코를 패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세청이 포스코그룹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정기세무조사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의혹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다만 포스코 측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로 확대해석은 맞지 않다고 입장을 밝히며 일단락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최 회장은 임기 완주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1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진지배구조 TF'를 발족해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리스크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포스코그룹의 최대 문제로 대두됐던 지주사 이전 문제를 포스코홀딩스 본점을 포항으로 이전시키는 데 주주 동의를 얻으며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 및 정상화 등을 해결하며 탄력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친환경 철강,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육성을 통해 남은 임기를 완주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올해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 중심의 경영체제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친환경 가치 실현을 통한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최정우 회장의 포스코는 친환경 사업 육성,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을 통해 ESG 활동을 이어왔고, 지배구조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며 “최근 있었던 부정적 이슈를 잘 해결한 만큼 문제가 없을 시 임기 완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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