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 70조원 지원 발표
은행 연쇄 파산 우려 ‘여전’
CS ADR 장중 한때 30% 폭락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거세다. 지난해 아케고스 캐피탈 사태 등 연이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크레디트스위스(CS)가 SVB 파산의 영향을 직격타로 받고 있다. 미국 은행을 넘어 유럽권까지 금융 위기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스위스 프랑. (사진=Unsplash)/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스위스 프랑. (사진=Unsplash)/그린포스트코리아

15일(현지시간)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이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 특정 은행의 문제가 스위스 금융 시장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CS의 증시 내 가치와 부채 상품의 가치는 지난 며칠간 (SVB 사태로 인한) 시장 반응에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감독 당국은 모든 정보를 은행과 긴밀하게 공유하고 있으며 CS가 자본 및 유동성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필요한 경우 우리는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스위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방 재무부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 규모는 약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분위기는 소폭 진정됐지만, SVB 사태가 촉발한 연쇄적인 금융기관 파산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앞서 CS는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탈 사태와, 영국의 그린실캐피탈 파산 등의 영향으로 2021년 적자전환한 이후 2022년 한 해 동안 10조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 역시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외부에선 사우디 국립은행의 자금을 지원받아 증자에 성공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다만 고객들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고, SVB 사태로 은행권 전반에 불안이 확산되면서 파산 우려가 증폭된 것으로 풀이된다. SVB는 채권 매각 손실을 본 뒤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대규모 자금 인출이 일시에 일어나는 뱅크런이 발생한 후 파산했다.

CS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증시에 상장한 CS ADR(예탁증권)의 가격은 지난 1년간 73% 폭락했다. 연초 대비 로도 30% 이상 하락했다.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CS의 주가는 연초 대비 41.5% 가량 폭락했다. 사우디 은행의 추가 지원 소식이 알려진 이후론 30%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 은행 파산이 스위스계 대표 은행 중 하나인 CS의 금융 불안을 촉발하면서 유럽권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은 유럽 은행들의 CS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확인하고 나섰고, 영국 중앙은행(EOB)은 유럽의 다른 은행들과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유럽은행들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전일 CS 주가 급락의 영향으로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SG)과 BNP파리바의 주가가 모두 10% 이상 밀렸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주가도 약 8% 내렸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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