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예금→대출로 쓰여 SVB 사태 영향 제한적
금감원 "인터넷은행 단기간 내 자금 이탈 가능성 적어"
저축은행 건전성 불안 VS 저축중앙회 "유동성 확보"

5만원권.(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5만원권.(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따른 국내 금융권에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SVB 사태 핵심은 온라인·모바일로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하면서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했고, 순식간에 은행 폐쇄로 치닫았다. 현재 국내 금융사 대부분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SVB 사태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우세하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주의를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 등은 SVB발 금융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필요시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은 SVB에 막대한 예치금을 넣었다. SVB는 이렇게 쌓인 예금을 1%대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떨어져 SVB는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SVB는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하면서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예금주들이 너도나도 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뱅크런’으로 치닫았다. 미 금융당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 “국내 은행, 예금→대출로 쓰여”…인터넷은행도 뱅크런 가능성↓

SVB 이외에도 시그니처 은행도 파산하면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다시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됐다. SVB 사태처럼 디지털 뱅크런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중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 포함) 등록 고객수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2억70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는 1억6922만명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와 금액은 각각 1684만건,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3%, 10.3% 급증했다.

그간 국내에서 뱅크런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금융회사 연쇄 부도 사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등으로 발생한 바 있다. 다만 디지털 뱅크런은 현재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SVB 사태에 따른 국내 은행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의 경우 예금을 채권에 투자했지만, 국내 은행들은 예금을 유가증권 등 고위험 상품 투자가 아닌 대출을 늘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주요 은행으 총수신 대비 총여신의 비율은 90% 이상이다. 예금 대부분을 대출로 사용한 것이다. 또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0.25% 수준으로 건전성을 유지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도 예상과 달리 크게 파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감원이 SVB 사태 이후 금융권 리스크 점검 결과, 인터넷은행 1인당 평균 예금은 예금자보호한도(5000만원)을 밑도는 200만원대에 그쳤다. 금감원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자금조달이 소액 또는 소매자금으로 이뤄져 단기간 내 자금 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건전성 불안↑…중앙회 “유동성 충분히 확보”

저축은행의 경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고금리 예적금 상품으로 수신 규모를 늘린 저축은행은 건전성이 불안해 한국판 SVB 사태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저축은행 총수신(말잔 기준)은 전년동기 대비 17조7949억원 증가한 120조2384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79개사 평균 BIS 비율은 12.87%로 1년전인 14.61%보다 1.74%포인트 낮아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저축은행의 뇌관으로 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부동산 PF 전체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8.5% 증가한 1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약 3000억원이며, 연체율은 2.40%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예금 인출 등 유동성 수요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저축은행 유동성 비율은 ‘저축은행 감독규정 제40조 4’에 따라 3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과 부채를 기준으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은 177.1%이며, 감독규정에 정한 100% 대비 77.1%포인트(p)를 초과한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자본력과 건전성이 취약하고 SVB와 유사한 자산구조를 가진 지역은행들은 뱅크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조기 진화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국내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우려는 제한적이나, 전반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은행주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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