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피해 국내 기업 재원으로 보상
정부 "관계회복 중시"… 제3자 변제로 한일관계 개선 물꼬
한일청구권협정 수혜기업이 우선 재원… '굴욕 외교' 반발

한일관계 회복과 미래지향적 관계 강화를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최종 해법안(징용해법)'을 발표한 정부. 징용해법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소 등이 예상되지만 여론의 반발도 깊어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한일관계 회복과 미래지향적 관계 강화를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최종 해법안(징용해법)'을 발표한 정부. 징용해법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소 등이 예상되지만 여론의 반발도 깊어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일본의 강제징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일본의 피고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재원을 조성해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 반도체 수입 규제 등을 정상화 시키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평가는 극명히 갈리고 있다. 특히 일본의 피고기업들이 판결금 기금 조성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굴욕적인 역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일본으로 피해 입은 국민, 우리나라 기업이 배상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와 관련한 최종 해법안'(이하 징용해법)을 발표했다.

이날 박 장관은 “현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돼 온 양국간의 긴밀한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2018년 3건의 대일항쟁기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해법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재단이 마련한 재원으로 보상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재원은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 등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자금 수혜를 입은 16개 국내 기업들이 우선 출연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 등을 목표로 양국의 재산·권리·이익 등의 청구권을 해결한다는 조건으로 일본으로부터 총 5억(무상 3억, 유상 2억)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받은 바 있다. 이때 받은 경제협력자금은 국내기업의 초기자금이 됐다.

한일청구권협정 대표 수혜기업은 포스코다. 실제 5억달러의 자금 중 24%인 1억1948만달러가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종합제철에 투입됐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공헌금 100억원 출연을 결정했고, 2016년과 2017년 30억원씩 총 60억원을 재단에 출연했다. 포스코는 남은 40억원 역시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한국전력공사, KT&G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외환은행, KT, 한국수자원공사 등 16개의 한일청구권협정 자금 수혜기업들 역시 기부금 출연 요청시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수혜기업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정부가 기금 출연 요청이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 곱지 않은 시선의 여론, 정부 의지는 ‘강행’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강제징용 피해의 논쟁을 끊고 일본과의 관계회복을 통해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와 안보부분에서 양국이 협력해 얻을 것이 많다는 계산인 셈이다.

실제 정부의 징용해법에 일본 정부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징용해법을 계기로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의 對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및 수출관리 우대국 재지정 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일 수출규제 현안 관련 발표를 통해 양국 정부가 수출규제에 관한 사항을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양자 협의를 해나갈 것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WTO 분쟁해결절차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일본 정부는 한일간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곧 개최하기로 했다.

다만 여론은 반발하고 있다. 이번 징용해법에 일본 기업들의 책임은 빠져있다. 실제 피고기업인 일본제철, 미쓰비스중공업 등은 판결금 기금 조성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사과도 없었다.

특히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잘못한 사람과 사죄할 사람이 명백한데 제3자 변제방식으론 안된다"며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강제징용 소송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SNS를 통해 “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채권이 소멸되는 꼴”이라며 “강제동원 문제에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일본 측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보상을 마쳤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지원을 한일청구권협정 수혜기업 등의 국내 기업의 출연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일본측의 주장을 받아드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에 야당은 굴욕적인 외교 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이번 징용 해법안과 이후 절차를 설명하고, 판결금 수령에 대한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박진 장관은 “정부는 해법 모색을 위해 피해자 및 유가족과 소통해왔고, 많은 유족들이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해 이해해주시며 문제가 조속히 종결되길 바라고 있다”며 “정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피해자와 유족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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