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올해 1월 31일 환경부가 자원순환 분야 중점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본 계획은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대책(2020년 12월 24일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확정),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2021년 12월 30일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확정),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2022년 12월 31일, 자원순환기본법 전부 개정)을 기초로 하고 있다.

탈플라스틱정책을 고려한 자원순환시책은 플라스틱 생산·소비·재활용 전 과정의 순환경제 전환을 목표로 하되, 세부시책으로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감축, 폐플라스틱 선별 자동화, 폐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 촉진, 물질·화학원료 재활용 촉진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플라스틱 사용 감축의 핵심인 폐플라스틱 물질재활용사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하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보고서에 의하면 플라스틱 발생량은 2000년 1억5600만톤, 2019년 3억5300만톤에서 2060년 10억14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호주 비영리 민간단체인 민더루재단이 발표한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자 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비자의 인식, 기업의 관심 및 규제 개선에도 불구하고 2021년 1억3900만톤으로 2019년에 비해 600만톤의 폐기물이 추가로 발생했다.

여전히 거의 전체가 화석 연료 기반의 신재 공급 원료로 만들어지고 재생원료 사용은 소규모 활동에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도 1회용 풀라스틱 용기 사용억제 시책에도 불구하고 택배용품 및 음식배달 증가 등에 의해 1회용 플라스틱 발생량은 증가했다.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방법은 연료화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 물질 재활용으로 나눌 수 있다. 연료화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파쇄한 후 고형으로 만들어 열병합발전소, 제지업체 등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시멘트 소성로의 석탄을 대신한 대체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연료화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 효과는 없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여 오일을 생산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열분해유의 정제 후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해 합성수지를 생산하여 플라스틱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방법이다.

국내 중소기업 10여개 업체가 연간 생산하는 열분해유 1만여톤도 역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어 플라스틱 감축 효과는 없다. 다만 석유화학 대기업이 준비하고 있는 열분해유의 후처리공정을 거처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것은 플라스틱 감량 효과가 있으나, 외국의 화학적 재활용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업무협약을 통해 대기업이 준비하고 있으나 시험시설의 검증을 거쳐 상업화에 성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물질 재활용은 분리수거된 폐플라스틱을 파쇄, 용융하여 건축용 자재, 토목용 자재, 용기, 운반용 파렛트, 액자 등 플라스틱 성형제품을 생산하거나 재생원료로 만들어 신재와 혼합해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용 후에도 반복적으로 회수 재활용할 수 있어 탈플라스틱정책의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대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플라스틱재활용업 상생협약식을 체결하고 협의회를 구성해 중소기업의 물질재활용사업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도 폐플라스틱 물질재활용을 위해 재활용지원금 단가의 상향 조정, 플라스틱 포장용기 등 제품 생산 시 일정량 이상의 재생원료의 사용 의무화, 공공기관의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제품의 구매 촉진 지침 마련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탈(脫)플라스틱의 실질적 대책인 물질성형제품 생산을 활성화하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 생활계 재활용품 중 플라스틱류 선별률이 25% 수준이다. 모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선별장의 예를 보면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인력 및 자석선별로 단일재질 플라스틱류 등을 선별해 판매하지만, 그 양은 투입량의 25% 수준이다. 폐플라스틱이 대부분인 나머지 75%는 파쇄업체를 거처 시멘트 제조업체에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수도권 모 중간재활용업체의 경우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일차 선별 후 나머지를 넘겨받아 파쇄 후 자력, 풍력, 크기 선별 등을 통해 비성형 고형연료 88%를 생산해 제지업체, 에너지 이용업체, 시멘트 제조업체 등에 무상 및 유상 처리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과 경제성이 낮은 이유로 플라스틱 필름류 선별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물질재활용업체는 필름류 확보가 어려워 제품 생산을 줄이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모 재활용업체는 정부에서 인증받은 혁신제품인 농사용 지주대의 주문 물량을 공급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둘째 재활용제품의 절대적인 수요가 부족하다.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성형제품은 소량 다품종이며, 고품질 성형품의 대량 수요처인 공공기관은 가격, 제품의 신뢰성 등을 이유로 우선 구매를 꺼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셋째 폐기물관리법에 의하면 폐플라스틱 선별 후 압축, 파쇄, 용융된 중간품까지 사업장폐기물로 간주해 배출자신고 및 인계인수 대상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재생원료나 재활용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비싸게 구입한 중간품 원료가 폐기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폐플라스틱 물질재활용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생활계 재활용품 선별품 확대와 선별효율 증대가 필요하다. 폐플라스틱 필름류 분리배출을 강화하고, 선별시설 의 폐플라스틱 선별효율을 25% 수준에서 40%로 끌어 올려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선별시설의 자동화, 노후시설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폐비닐류를 일반 플라스틱류와 구분해 분리배출하는 제도를 시 지역까지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의 공공선별시설의 선별 목표 달성 여부를 정부의 환경행정 성과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둘째 주문생산형 물질재활용제품 생산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에서 재활용제품 생산업체(단체)와 MOU를 체결하여 재활용제품을 주문 생산토록 해 재활용제품의 안정적 수요 보장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2021년부터 경기도와 플라스틱재활용제품제조협동조합간 음식물폐기물 분리보관용기 생산 업무협약으로 시군에 2만개 이상을 납품한 좋은 사례가 있다. 조합은 금후 주문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여 단체표준과 GR마크 인증을 받아 주문 제품의 공동 생산·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새로운 용도의 성형제품의 생산기반 마련을 위해 기술개발 자금 등의 지속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셋째 성형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다. 영농폐기물의 경우 토사 등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어 이를 회수재활용한 재활용제품의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농민이 원하나 타 재질 품목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은 농업용 성형제품의 경우 사용자에게 재활용제품 구매비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농업용, 수산업용 자재 구입비에 대한 국비 및 지방비 보조를 하고 있다. 보조 대상에 재활용제품을 포함해야 한다. 공공 조달품목인 경우 재활용제품의 구입 시 경쟁품목에 비해 가격 차이가 20% 미만이라면 구매가 허용되도록 해 조달구매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넷째 중간가공폐기물을 매립소각대상인 중간처분폐기물로 한정해야 한다. 생활폐기물 선별장에서 재질별 선별되어 압축, 파분쇄, 용융품으로 유가 유통되는 품목은 중간가공 재활용품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환경공단이 매월 조사발표하는 재활용가능자원 가격조사 대상 품목인 압축품(PE, PP, PET), 플레이크(PE PP, PS), 펠렛(PE, PP, PS), 잉고트(EPS) 등은 폐지, 고철, 왕겨, 쌀겨 등과 같이 사업장폐기물 배출자신고 대상 및 인계인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탈플라스틱의 현실적 대안인 물질재활용사업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hd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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