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기존 1.7%→1.6%로 하향 
"물가안정 중점 두고 긴축 기조…추가 인상 필요성 판단"

한국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DB)
한국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DB)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경기 침체를 우려해 현행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물가 안정과 미국과의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추가 인상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23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행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며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이다. 금통위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금리 인상을 단행, 현재 기준금리인 3.5%까지 끌어올리는 고강도의 긴축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이날 조윤제 금통위원만 0.25%p(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고, 나머지는 동결에 표를 던졌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로, 통화정책을 완화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분기(-3%)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암울하다. 한은은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을 수정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1%대 경제성장률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5.1%)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때(-0.7%)를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다.

수출 부진도 우려된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126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11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수출은 46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감소했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도 335억4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다만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 물가 안정과 미국과의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3.5%, 2.6%로 예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5.0%)보다 소폭 상승한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개월 만에 4%대로 진입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도 부담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가 됐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로 우리나라(3.50%)와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를 유지했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폭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난해에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그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오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과거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며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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