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로 동결" vs "물가 잡고, 미국과 금리 격차 줄여야"

한국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DB)
한국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DB)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년 5개월 만에 멈출지 이목이 집중된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를 우려해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고물가를 잡고 미국과의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이날 기준금리가 동결된다면 1년 5개월 만에 금리 인상 행보가 멈추게 된다.

금통위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금리 인상을 단행, 현재 기준금리인 3.5%까지 끌어올리는 고강도의 긴축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론이 우세하다. 그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분기(-3%)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내렸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3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지난 10~15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48개 기관,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6%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자료=한국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자료=한국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반면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서 기준금리 인상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5.0%)보다 소폭 상승한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개월 만에 4%대로 진입했다. 한은이 지난 21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0%로, 전월(3.9%)보다 0.1%포인트 올랐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도 부담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가 됐다. 우리나라(3.50%)와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폭이다.

미 연준이 오는 3월 21~22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더 벌어진다.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질수록 국내 외국인 자금 유출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시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대내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국민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고물가 상황이 고착됨으로써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더 큰 손실이 초래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son90@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