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는 ‘부동산PF’ 
지주 사실상 적자 전환…이익체력 훼손 우려↑
올해 재도약 키워드는 ‘디지털과 글로벌’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핵심 사업축인 IB(투자은행), AM(자산관리) 부문이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사업 전반이 아쉬운 성과를 내면서 이익체력이 훼손됐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력 확보, 글로벌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재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핵심 사업부서 IB, WM 부문 실적이 크게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사진=한국투자증권)/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핵심 사업부서 IB, WM 부문 실적이 크게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사진=한국투자증권)/그린포스트코리아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078억원을 기록했다. 법인세 산정기준 변경에 따른 환입액 220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전방위적 이익 감소…부동산PF 잔액 따른 대규모 충당금 ‘발목’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핵심 사업인 IB와 자산관리 부문의 실적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IB와 자산관리 부문을 사업의 중심축으로 한 ‘IB-AM’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 증권업을 선도해왔다. IB, 자산관리를 필두로 안정적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S&T(세일즈앤트레이딩, 자기자본 운용) 수익이 이를 견조하게 받치는 구조다.

실제로 2018 회계연도부터 2021 회계연도까지 한국투자증권의 IB 실적은 4년 연속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IB 관련 수익은 2018년(2782억원)과 비교해 2021년(7131억원) 2.5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IB 영역 중 고수익 사업인 부동산 금융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활황기에 적극적으로 부동산PF 대출을 늘려온 증권사 중 하나다. 특히 브릿지론 비중이 다소 높다. 브릿지론은 부동산개발사업 초기 단계에 토지 잔금 등을 위한 대출로 인허가를 받은 다음 단계인 본PF 대비 투자 리스크가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브릿지론과 비분양형 본PF의 투자자금 회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올해 1분기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추가 설정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규모는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 별도 기준 실적 추이. 출처=한국금융지주 IR 자료
한국투자증권 별도 기준 실적 추이. 출처=한국금융지주 IR 자료

부동산 금융을 제외하더라도 기존 강점이 있던 분야인 IPO 등 ECM(주식발행), 회사채 발행 등 DCM(채권발행) 부문이 모두 부진했다. 지난해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659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122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해온 자산관리 부문 역시 지난해 신용위험 증가에 따른 ELS, DLS 투자수요 급감으로 관련 이익이 줄면서 실적이 둔화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수익은 2021년 대비 29.2% 감소한 215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38.6%) 및 해외주식(-22.1%) 수수료 수익이 모두 감소하며 브로커리지 수익 역시 둔화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순수수료 수익의 경우 4분기 별도 기준 -45.7%를 기록하며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IB 등 전 부문이 이익 추정치를 하회했다”며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이자손익이 감소한 가운데 (부동산PF 익스포저에 대한) 충당부채 전입액 증가로 기타손익 또한 별도 기준 적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재도약 키워드는 ‘디지털과 글로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뒤로하고 올해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한 재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정일문 사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등을 통한 수익다각화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우선 AI 관련 역량 강화 등 속도를 붙인 디지털 전환 사례가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AI 기반 리서치 서비스 AIR(AI Research)를 통해 투자정보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20년 7월 출시됐지만 올해 2월 미국 ETF로 분석범위가 확대됐다.

AIR 서비스는 출시 이후 국내종목 7613개, 미국종목 5626개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투자정보 접근성이 낮은 중소형 주식들도 꼼꼼히 다뤘다. AIR 서비스가 지난해 다룬 기업 중 국내 증권사가 리포트를 발간한 적 없는 곳이 523곳에 이른다.

인재양성 부문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신입사원 교욱에 AI, 데이터 실습 과정을 도입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AI, 데이터 관련 역량을 쌓도록 해 조기에 회사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 확대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미국 금융사 스티펄파이낸셜과 합작회사 ‘SF 크레디트파트너스’ 설립 계획을 밝혔다. 미국 현지 기업들의 인수금융과 사모대출 사업을 맡는 등 글로벌IB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이 합작사의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사업 수익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영국, 싱가폴, 홍콩 등 선진 금융시장과 함께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향후 미래 수익이 될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선진국 거점 7곳(홍콩, 뉴욕IB, 뉴욕, 싱가포르, 런던, 북경, 북경투자자문) 신흥국 거점 3곳(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운용)을 운영중이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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