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가이드라인 발표에 증권업계 참여↑
리테일 경쟁력·우량자산 제휴 등에 주목
선두로 나선 ‘미래에셋·키움’

토큰증권(STO)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리테일 경쟁력, 우량자산 확보 능력 등 다양한 변수가 시장선점 조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출처=각 사
출처=각 사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시장 선점을 위해 다수 증권사가 유통 플랫폼 등 관련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에 있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초반 선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TO 뭐길래?…핵심은 ‘증권’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형 디지털 자산의 명칭을 ‘토큰증권(STO, Security Token Offering)’으로 정하고,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STO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권리를 분산원장 기술(블록체인)을 활용해 토큰으로 만든 것이다. 형태가 토큰인 증권이라는 의미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에는 지분증권(주식), 채무증권(채권), 파생결합증권(ELS), 수익증권(펀드), 증권예탁증권(DR), 투자계약증권이 있다. 통상 지분증권, 채무증권, 파생결합증권, 수익증권의 경계 안에서 대부분의 증권이 발행돼 왔다.

그러나 최근 미술품·한우·슈퍼카·음원 저작권 등 신종자본과 부동산 등의 자산의 권리를 쪼개 다수에게 투자받고, 수익을 돌려주는 일명 ‘조각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자산 부실화 우려, 투자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이 입장정리 나섰다.

금융위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내용이 ‘증권’인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고, STO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한다는 것이다. 조각투자사 등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한편 직접 STO를 발행하거나 증권사의 대행을 통해 발행할 수 있다.

직접 발행하는 경우는 일정 요건을 갖춰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취득해야 한다. 아닌 경우는 증권사에 발행수수료를 지불하고 STO를 발행하게 된다. 금융위는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고, 이를 취득한 기업이 STO를 유통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대부분 증권업계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플랫폼을 자사 MTS에 얹는 형태로 STO를 유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시장 선점 속도…초반 수익성은 크지 않을 듯

증권사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초기 시장 선점의 핵심은 어떤 증권사가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얼마나 우량한 자산(사업모델)을 보유한 기업과 많이 제휴를 맺었는지 혹은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일수록 STO 유통에 유리할 것이고, 스타트업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우량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과 많이 제휴를 맺거나 맺을 여력이 있는 증권사가 STO 투자 수요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발행과 유통이 반드시 분리돼야하기 때문에 A증권사가 B회사의 STO를 발행할 경우, 자사 플랫폼에 B회사의 STO를 유통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STO 발행 대행에 따른 발행수수료 수익과 자체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STO 거래를 통한 중개수수료 수익이다. 다만 STO의 확장성이 클 것으로 보여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향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현재 STO시장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증권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발행된 증권형 토큰의 시가총액은 약 23조원으로, 추세적으로 STO 사례는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자산의 다양화라는 관점에서 STO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형 토큰은 중개라는 증권업의 본질에 부합하는 상품”이라며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골동품, 미술품, 인프라, 선박, 비행기 더 나아가 무형자산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하고 거래가 합법화된다면 상품공급 및 거래의 핵심은 증권사가 될 수밖에 없고, 단순히 부동산만 놓고 보더라도 2022년 기준 한국 부동산 공시지가 총 합계는 7155조원 규모이며 국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1조4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투자거래가 STO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규모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키움’ 순조로운 출발…물밑 작업 탄탄하게 하는 ‘미래에셋’

우선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키움증권과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증권이 선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들 중 가장 많은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종텔레콤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비브릭과 협력을 맺었다. 이 외에 펀블(부동산), 카사(부동산), 뮤직카우(음악 저작권료), 미술품 분할소유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 중인 이랜드넥스트·이노플, 테사와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는 연초 한국정보인증, 블록체인 전문기업 페어스퀘어랩과 증권형 토큰 발행과 유통 플랫폼 구축에 협업하기로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제 막 태동이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당국의 법제화 움직임에 발맞춰 (플랫폼 구축 등) 일정이 구체화될 예정”이라며 “회사의 판단에 따라 조각투자사 등 업체들과 협력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자본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도 조용히 물밑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1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자산 전문 인력으로 꾸린 TF를 출범했다. 올해는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토큰증권 및 다양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계좌관리기관, STO를 활용한 유·무형자산 유동화, 블록체인 관련 인프라·기술 내재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 한국토지신탁과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신탁 수익증권 방식의 토큰증권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나아가 미래형 금융 상품의 핵심이 될 투자계약증권 발행·유통 인프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열매컴퍼니(미술품), 링거스튜디오(음원)등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올해 3분기 중 조각투자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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