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 최종수 지음, ㈜웨일북 펴냄

“물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이 말처럼 물의 흐름에 따라 인류의 모습이 변화해왔고 물의 운명이 곧 인류의 미래를 좌지우지했다. 대표적인 예가 대서양과 인도양을 잇는 수에즈운하다. 이 운하 때문에 역사가 바뀌었다.

러일전쟁중 러시아는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에 있는 발트함대를 일본으로 파견하게 되는데 신속한 이동을 위해 당연히 수에즈운하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수에즈운하를 소유하고 있던 영국은 러시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일본과는 우호적인 관계였던 탓에 일본을 공격하기 위한 러시아 발트함대의 이동에 협조적일 리 없었다.

영국은 수에즈운하의 얕은 수심과 좁은 폭을 이유로 발트함대의 대형 군함은 통행을 허가해 주지않고 소형 군함만 통행하도록 했다. 이런 조치 때문에 러시아의 주력함대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7개월만에 일본 쓰시마해협에 도착한다.

예상보다 긴 항해로 지칠대로 지친 발트함대를 기다린 것은 일본 연합함대였다. 일본 연합함대는 발트함대를 상대로 공격을 퍼부었고 마침내 쓰시마해전을 승리로 이끌어낸다.

이 해전 이후 러일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종식되었고 러일 강화조약에서 러시아는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를 인정한다. 일본이 을사늑약을 통해 우리나라의 주권을 빼앗게 된 것은 이 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이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러시아 발트함대의 주력군함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전투력 손실이 없었다면 러일전쟁의 결과가 달라졌고, 우리나라의 역사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

공공기관 연구소에서 30여년간 물에 관해 연구해 ‘물박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종수 저자의 신간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은 ‘물의 궤적을 알면 세상과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주제로 물로 복잡한 세상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물의 인문학’ 서적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물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 따라 저자는 신간에서 어떻게 물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켜 왔는지, 한국이 UN이 정한 물 부족국가인지 등 인류문명을 만든 물의 비밀부터 식량난, 기후변화와 같은 뜨거운 이슈까지 전방위적으로 다뤘다.

과학/문화/역사/일상 등 총 4개 분야로 나눠진 신간은 물이 어떻게 인류와 함께 하면서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살피고 물 재난 등 인류가 풀어야 할 난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실마리를 찾아간다. 아울러 그림, 문학, 음식 등과 관련해 물에 담긴 비하인드도 소개한다.

최종수 저자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환경부와 국토부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hd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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