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경찰 고소 예정"
"고연봉·높은 성과급 받는 은행들, 고객 설득 필요"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30일 서울 중구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은행 영업시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손희연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30일 서울 중구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은행 영업시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손희연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로 단축된 은행 영업시간이 정상화된 가운데 진통을 겪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면서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직원 1인당 연봉이 1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금융 소비자들에게 ‘귀족 노조’ 논란을 부르고 있다.

◆금융勞 “사측 합의 위반, 경찰에 고소 예정”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부터 시중은행, 국책은행, 저축은행 등 은행들이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9시30분~3시30분에서 오전 9시~오후 4시로 정상화했다. 금융노조는 이를 두고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 측은 “금융사용자 측이 지난 25일 각 회원사에 보낸 공문을 통해 오늘부터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로 원상복구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금융 산별 노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노조 측은 “합의 위반에 따른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 조치할 예정"이라며 "고소 이후 권리 침해 사실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가처분도 같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노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중앙노사위원회에서 금융노사는 ‘노사는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상 사적모임 및 다중이용시설 제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에 대해 2022년 산별 단체교섭에서 논의하기로 한다’라고 합의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노사는 ‘금융산업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와 주 4.5일 근무제, 영업시간 운영방안 등을 노사 공동 TF를 구성해 성실히 논의하기로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후 노사공동 TF(태스크포스) 회의 개최가 미뤄졌고, 지난 12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과 5개 대표 사측 임원들, 금융노조 임원 및 5개 대표 지부 부위원장들이 참석하는 첫 TF 회의가 개최됐다.

하지만 첫 TF 회의에서 이견이 발생했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 25일 은행연합회장과 금융노조 위원장, 지부 노사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TF 회의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금융노조 측은 “25일 TF 회의에서도 사용자 측은 무조건적인 영업시간 환원만을 주장했고, 사측은 어떤 이유로, 어떤 근거로 환원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노조 측은 “노사 공동 TF 논의가 결론이 날 때까지 영업시간 환원에 유보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며 “그러나 정부의 압력을 받은 금융사용자들은 어느 순간 논의할 의사 없이, 영업시간 환원을 일방적으로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노조는 사측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채널 활성화와 금융업의 디지털화, 직원 근무환경 등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점포·직원 수가 점점 줄어든 게 현실인데, 직원 수가 충분하지 못해 고객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측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는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점포 수는 줄었다”며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 총 점포 수는 5851개로, 2년 9개월 사이 858개가 감소했고, 은행 직원 수는 6510명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점포 입지와 특성, 정주 여건에 맞게 영업시간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사측에 제안한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고객 편의성과 접근성을 확대하는 ‘9 TO 6’ 점포의 확대, 점포 입지에 따른 은행별, 점포별 자율적인 영업시간 설정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 금융소비자, 금융勞 입장과 상반…오히려 ‘귀족노조’ 논란만

문제는 높은 연봉에 성과급까지 챙기면서 영업시간 정상화에 반대하는 것은 자칫 ‘귀족노조’ 논란을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은행 창구를 찾는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집단 이기주의’에 희생될 우려도 낳고 있다.

경기 위축 우려 속에서도 시중은행 직원의 연봉과 성과급은 크게 늘었다. 국내 4대 시중은행 직원의 지난 2021년 평균 급여는 1억55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9550만원) 대비 10.4%(1000만원)가량 늘어났다. 4대 시중은행 직원들 평균 연봉이 ‘억’을 넘어선 셈이다. 올해 성과급도 기본급의 3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은행을 찾은 금융소비자는 “그간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며 “은행 문이 늦게 열리고 빨리 닫혀, 사람들이 한정된 시간에 몰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은행 업무시간이 정상화돼 시간상으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코로나19로 줄어든 영업시간 제한을 지금 정상화하는 것에 대해 노조가 혹여나 다른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라면 국민 대다수가 그걸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노조의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반대 이유와 제안들은 충분히 이해되고 설득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설득을 얻어야 할 사안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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