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조, 2017년 이래 여섯 번째 사외이사 후보 추천
노조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 앞세워 주주제안권 부정"
KB금융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주주제안 거부한 적 없다"

KB금융지주 노동조합이 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정관 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방안'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손희연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KB금융지주 노동조합이 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정관 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방안'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손희연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KB금융지주 노동조합협의회(노조)가 또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섰다. 이를 KB금융 이사회가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앞서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웠지만, 모두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 여섯 번째로 내세운 인물은 임경종 전 한국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금융 대표이사로, 올 주주총회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 KB금융 노조, ‘6수’ 사외이사 추천

30일 KB금융 노조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관 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방안’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6번에 걸쳐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오고 있다.

노조는 주주제안 사외이사 추천과 정관 개정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KB금융이 해외사업에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주와 금융소비자를 위해 복무하는 올바른 금융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수행하기 위해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왔지만 이사회는 주식 1주만 보유해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를 앞세워 ‘주주제안권’을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재까지 이사회 사외이사 중 합법적인 주주제안에 의해 선임된 사외이사가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 이사회는 상법 363조의 2(주주제안권 관련 일반규정)의 절차를 준수해 주주가 요청한 사외이사후보추천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올렸으며,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주주제안을 거부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KB금융은 “주주제안 채택 여부는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가 결정하는 것이며, 그동안의 주주제안은 제안주주의 철회 또는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결정에 따라 채택되지 않았다”며 “다만 이사회는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된 후보의 전문성과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도(자본시장법 제152조)’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주주제안권을 계속해서 부정해 왔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 ‘배드뱅크’ 인니 부코핀은행 인수…해외 투자 실패 사례?

노조는 이사회의 전문성·독립성 결여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부작용 중에서도 해외 투자 실패 사례를 들었다.

KB금융이 2008년 1조원 규모로 투자한 카자흐스탄 BCC은행은 투자금액이 손실 처리된 바 있고,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도 2조원에 가까운 자본을 투자했지만 현재까지 누적 적자가 7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KB금융 이사회에서 지금까지 5번 해외 투자 심의를 진행했는데, 이사회 구성원들이 전원 찬성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관계자는 “KB부코핀은행의 경우 배드뱅크를 인수해서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해외사업 순이익 규모가 274억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 KB부코핀은행이 큰 폭의 대손충당금이 추가적으로 적립되기 때문에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하기 불가피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노조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임경종 전 한국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금융 대표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다. 임 후보는 한국수출입은행에서 33년 근무하면서 해외 사업과 리스크 관리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6년 이상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경력도 있다.

노조는 “임경종 전 수은 인니금융 대표이사(사외이사 후보)는 KB금융에 취약한 해외사업부문 중 특히 인도네시아에 특화된 전문적이고도 탁월한 식견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갖췄다”며 “독립적인 위치에서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요건과 전문성, 윤리의식, 책임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특히 주주,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공정한 직무 수행이 가능하고, KB금융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는 ‘관치 금융’과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정관 개정도 추진한다. 정관 개정은 공직자윤리법을 적용해 ‘KB금융 대표이사 선출 시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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