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이제 금융계의 관심은 차기 회장에 쏠리고 있다. 이미 1차 후보군(롱리스트) 7명이 추려진데 이어 2차 후보군(숏리스트) 선정도 임박한 상황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 임종용 전 금융위원장 등이 최종 후보군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들 중 누가 차기 회장에 오르더라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 짐은 다름 아닌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된 금융당국과의 소송전이다.

손태승 회장과 우리은행은 이와 관련해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는 연임을 원했지만 최종 용퇴를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제 차기 회장이 선정되면 이 문제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중징계를 수용하면 배임 문제에 휩싸이게 된다.

현재 우리은행은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647억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이 와중에 중징계를 수용할 경우, 소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 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금융회사의 부당권유가 인정될 경우 배상비율을 10% 더 올리는 경향이 있어 배상규모도 15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략 800억원 이상 손실을 끼치는 명백한 ‘배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라임펀드와 관련된 ‘제20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에서도 타 금융회사 대비 우리은행의 징계가 과도하다는 소수의견이 등장해 소송 가능성을 키웠다. 소수의견을 낸 위원은 “우리은행은 최소한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것이 문서로 남았다”고 밝혔다. 물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에둘러 ‘최종 결론에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형평성 부분에서 법리적 다툼 여지를 남겨뒀다.

이에 앞서 라임펀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KB증권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소송에 정당성을 더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KB증권이 라임펀드 자산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중징계를 받은 부분도 부당권유 부분이 포함돼, 소송으로 가지 않을 경우 배임 논란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손태승 회장은 이제 떠나는 사람이 됐다. 금융당국은 결자해지(結者解之)를 막았다. 우리금융은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을 비롯해 자회사 14개, 손자회사 17개를 거느린 금융그룹이다. 본질은 우리금융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회사라는 점이다. 차기 회장이 누가 되든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배임을 피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소송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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