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주식 의결권 보고서-기후에 투표하라' 발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와 환경 관련 주주제안이 해외에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의 환경 관련 의결권을 일관성 없이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입체적 관점을 견지하고 명확한 기준 마련을 통해 환경 관련 의결권 행사의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민연금 해외주식 의결권 보고서-기후에 투표하라'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해외주식 환경 관련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환경 관련 주주제안은 총 6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총 14건으로 급증했다. 

총 20건의 해외주식 환경 관련 주주제안을 분석 결과 국민연금은 11건에 찬성(55%), 9건은 반대(45%) 의결권을 행사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파리기후협약, 넷제로, 산림파괴 등과 관련한 주주제안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투자대상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공개 수준이 주주제안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한지 ▲환경관련 주주제안이 투자대상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기준 부재 등으로 일관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민연금은 주주제안 대상기업 ‘쉐브론(Chevron)’에 상정된 주주제안 내용인 '파리기후협정과 일치하도록 회사의 운영 및 에너지 상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회사의 중장기 목표 설정 및 공개'에 대해선 찬성했다.  

반면 쉐브론과 동일한 산업군인 ‘엑손 모빌(Exxon Mobil)’에 상정된 주주제안 내용인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와 일치하는 중장기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발표할 것으로 요구'에 대해서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와 동일한 주주제안에 대해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인 CalPERS와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NBIM은 찬성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엑손 모빌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이유는 '주주제안이 요구하는 수준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보고서를통해 "주주제안의 목적을 고려해 보면 엑손 모빌이 공개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정보가 투자자의 입장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주주제안으로 상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엑손 모빌이 이미 공개하고 있는 환경 관련 정보가 주주제안 요구를 만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경우 이를 위한 명확한 판단 근거와 기준이 불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일관성 없는 의결권 행사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이슈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 부족과, 이에 따른 명확한 판단 기준의 부재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해외 주요 연기금 중 APG는, 국민연금이 반대한 환경 관련 주주제안 총 9건 중 APG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3건을 제외한 6건에 대해 모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APG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연기금 운용사로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를 식별하기 위한 지표와 측정 방법을 규정하는 등 환경 관련 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해외 주요 연기금들은 의결권 행사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적극적인 기업 관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전 산업에 걸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유니버셜 오너(Universal Owner)로서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일관성을 가진 의결권 행사와 관여 활동으로 국내 전체 산업의 기후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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