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타행 이체 수수료 전면 면제 시행
이재근 국민은행장 "수수료 무료 검토 중"
"수수료 면제 혜택, 고객 체감 적을 수도"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30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손희연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30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손희연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금융권 디지털금융 플랫폼 경쟁에 불을 지폈다. 시중은행 최초로 ‘이체 수수료 전면 무료’를 시행하면서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이체 수수료 무료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기존 시장을 장악한 시중은행이 새로운 경쟁자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디지털금융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체 수수료 무료가 고객들에게 크게 체감될지는 미지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이체 수수료를 전면 면제한다. 기존 모바일·인터넷 뱅킹에서 타행 계좌로 이체할 경우 수수료가 건당 500원이었다. 거래 기준 등을 충족한 고객은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았다.

한용구 행장이 이체 수수료 무료화에 나선 것은 ‘고객 중심’ 철학을 실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앱 ‘뉴 쏠(New SOL)’을 디지털금융 플랫폼 시장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의 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신한 유니버셜 간편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이 이체 수수료를 없애면서 다른 시중은행에도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타행 이체 수수료 무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타행 이체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며 “다만 아직 언제 시행될 지 등 구체적인 사안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올해 모바일·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500원을 받지 않는다. 다만 자동이체의 경우 건당 300원 수수료를 받는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타행 이체 수수료를 무료화했다. 다만 1년 단위로 ‘이체 수수료 0원’ 방침을 연장하고 있다.

다수의 시중은행이 이체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뒤처진 디지털금융 플랫폼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18개 은행 중 조건 없이 모바일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는 곳은 6개 은행뿐이다. 이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은 출범 초기부터 수수료 이체 무료를 내걸었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수수료 면제 정책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들의 MAU(월간순방문자)가 1000만명을 육박한다.

신한은행이 이체 수수료 무료를 내놓은 것에 대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고객들이 주거래은행을 대체로 이용한다”며 “이에 따라 고객들이 이체 수수료 무료를 위한 조건들을 대체로 충족하기 때문에 이체 수수료 무료 혜택에 대한 체감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3’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는 거래하는 여러 은행 중 금융거래 규모, 빈도 등을 고려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한 곳을 주거래은행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 주거래은행 한 곳의 거래 중요도는 61.1%(거래은행 총 합 100%)로 금융 거래 시 심리적·물리적 영향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금융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금융 채널은 ‘모바일 앱’이며, 최근 6개월 내 은행 모바일 앱 이용자는 82.1%로 오프라인 지점 이용자 대비 2.2배 많았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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