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비중 줄이고 원전 확대하는 정부, 기업도 원전 바람
국내 기업의 사용 전력 전환, 원전 포함하는 'CF100' 주목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서 1월 1일부터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받는 원자력 발전.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 CCUS 등을 친환경에너지원으로 포함하는 'CF100'도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서 1월 1일부터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받는 원자력 발전.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 CCUS 등을 친환경에너지원으로 포함하는 'CF100'도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현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을 현실화하면서 이와 관련해 산업계에서 원전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 기업들은 원전 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운용될 것을 두고, 원전을 친환경에너지원으로 포함해 사용 전력의 100%를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하는 CF100에 대한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 K-택소노미에 포함된 원전, 이제 원전도 친환경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폐지의 기로에 놓여있던 원자력 발전은 올해부터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받게 됐다.

지난해 12월 22일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이하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개정·발표했다. 이번 개정에서 환경부는 원자력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 건설 및 계속 운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 ‘원자력 연구·개발·실증’은 K-택소노미의 녹색부문, ‘원전 신규 건설 및 계속 운전’은 K-택소노미의 전환부문에 포함했다.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 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K-택소노미에 포함될 경우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분류된다.

즉, 원자력 연구·개발·실증과 원전 신규 건설 및 운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되면서 원전의 대부분 분야는 올해부터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분류된다. 다만 환경개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된 ‘동위원소 생산전용로’와 ‘우주용 (초)소형원자’로는 경제활동에서 제외됐으며, 원전의 신규 건설 및 계속 운전이 전환부문으로 지속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 보유와 ‘사고저항성연료(ATF)’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2045년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친환경 경제 활동 기준을 더욱 명확히 했다"면서 "녹색분류체계가 우리 사회의 녹색 전환을 이끄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 산업계에서는 원전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 원전 기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물론 에너지, 건설, 조선, 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원전에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 원전 복귀에 함께 주목받는 CF100… 문제는 인지도

한울원자력 본부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그린포스트코리아
한울원자력 본부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그린포스트코리아

원전의 복귀에 산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사용에너지 부문이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환경부문 최대 관심사는 탄소중립의 실현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RE100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사용전력의 100%를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 캠페인이다. 전세계 397개의 기업이 가입해있는 RE100에는 27개 국내 기업이 가입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ESG경영이 강조되면서 RE100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모두 전환해야하는 RE100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감안했을 때 현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생산 인프라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주요 산업이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제조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매디 픽업 RE100 임팩트 매니저는 “한국은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나라로,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4%에 불과한 국가”라며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전체 전력의 약 2%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RE100 대신 CF100에 주목하고 있다. CF100은 ‘24/7 Carbon-Free Energy’의 약자로, 24시간 일주일 내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받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구글과 UN에너지, UN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 등이 함께 발족했다.

CF100은 얼핏 보면 RE100과 비슷하지만 무탄소 에너지원에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 발전, 연료전지, 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까지 포함된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70여개사가 CF100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14개 사가 참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F100에 대한 인증제도가 구체화될 경우 RE100만큼의 참여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2017년 RE100을 달성한 구글은 2018년 CF100와 병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꼽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CF100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국내·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 및 정책과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2%가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이 국내 현실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24/7 CFE중심) 조사연구’를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CF100과 관련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CF100이 국내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로,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CF100에도 취약점이 있다. 2018년 시작된 CF100은 2014년 시작된 RE100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가입 기업만으로 봤을 때도 RE100 가입 기업들이 5배가량 많은 상황이며,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ESG 강화를 위해 RE100의 요구를 협력사까지 확대하고 있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현재 국내 상황에 CF100이 유리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 CF100이 RE100 담론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글로벌 트렌드로 작용하고 있는 RE100에 힘을 실으며 CF100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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