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급감한 ESG 채권 발행… 경기침체에 기업 투자 위축
ESG 제도 마련하는 국제사회, 기업의 ESG 의무화 리드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 전망에 따라 기업들의 ESG 투자가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2022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 전망에 따라 기업들의 ESG 투자가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2022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위한 ESG경영의 강화 흐름은 2022년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이러한 ESG 강화 흐름을 이끈 것은 기업이 아닌 국제사회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초 전문가들은 기업의 ESG경영이 ‘ESG 2.0’ 시대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ESG에 대한 개념이 산업계에 정착하고,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ESG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ESG가 제도화 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의 전망은 일부 적중하고 있다. 러-우 전쟁 발발과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에너지 위기가 현실이 됐고, 글로벌 금리 인상 및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ESG 투자 바람은 한풀 꺾인 반면, 국제사회에서는 ESG 규제 및 제도화를 통해 기업의 ESG경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 경기침체에 위축된 기업들, 기세 꺾인 ESG 투자

러-우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올해 경기 상황은 늘 어려움이 지속되는 모습이었다.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자 가장 대폭 줄어 든 부분이 있다. 바로 ESG 채권이다.

ESG 채권은 말 그대로 기업이 ESG에 투자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으로 발행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 등으로 분류된다. 주로 녹색채권은 친환경 사업, 사회적 채권은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 지속가능연계채권은 탄소감축, ESG 경영 활동 등을 위해 발행된다.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 부문에 투자시 자금 조달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 채권인 것이다.

이러한 ESG채권 발행량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난해까지 지속 증가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한국거래소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ESG 회사채 발행량은 12조5430억원으로 지난해 24조9300억원 대비 약 50%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ESG 채권 판매액이 2012년 이후 최초로 전년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조5000억 달러를 돌파한 세계 ESG 채권 판매액은 1조20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금융 비용 상승,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투자 위축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내년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자금관리에 돌입하면서 새로운 ESG 관련 투자를 줄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ESG 투자 위축과 달리 국제기구와 세계 정부는 기업의 ESG경영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ESG 규제를 제도화하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들의 ESG 투자 위축과 달리 국제기구와 세계 정부는 기업의 ESG경영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ESG 규제를 제도화하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공시 의무 강화, 공급망 실사 등 ESG 규제로 기업 리드하려는 국제사회 

기업들의 ESG 투자가 위축된 상황과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기업의 ESG를 의무화하는 제도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지난 3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IFRS S1 일반 요구사항’ 및 'IFRS S2 기후관련 공시‘에 대한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일반 요구사항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정보 등을 공시하도록 권고한 것이며, 기후관련 공시는 기업이 투자자나 이용자에게 기후관련 리스크나 기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내년 최종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ISSB의 공시기준은 ESG 공시의 글로벌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의무화될 것을 의미하며, 온실가스 배출 역시 스코프1, 2(직간접 배출)뿐만 아니라 스코프3(공급망 배출)까지 포함될 것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정보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 상장사는 기후 관련 지표와 기후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특히 SEC 기후정보공시 역시 스코프1,2는 물론 스코프까지 포함된다.

유럽연합(EU)은 유럽연합은 유럽 내 기업 및 유럽과 거래하는 기업의 공급망 내에 ESG 리스크를 체크하는 ‘공급망 실사’를 비롯해 유럽 내 수입업자에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 구매를 의무화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EU 수출 및 협력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ESG 경영의 부담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해외의 ESG의 제도들은 국내 기업들에게 ESG경영의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ESG 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까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했으며, 2030년까지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ESG를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대한상의 ESG 온라인 교육 영상에 참여한 백태영 ISSB 위원은 “내년 마련될 ISSB 기준에 따르면 공급망 내 중소·중견협력업체, 스코프 3까지 포함해 공시해야하기 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 기업들도 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 위원은 “지속가능성보고서가 홍보용이 아닌 회사에 재무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하고, ISSB 공시 기준 적용을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과제로 보고 빨리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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