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7차례 기준금리 인상…3.25%까지 끌어 올려
소비자물가 6.3%·원/달러 환율 1442.5원 치솟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 '돈맥경화' 위기

올 한 해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이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올 한 해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이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올 한 해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다. 금융시장이 3고로 혼란기를 맞은 가운데 시장 안정을 찾기 위한 정부와 금융사들의 노력도 있었다.

◇ 한은 7차례 기준금리 인상…3.25%까지 끌어 올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올해 3고를 겪었다.

올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7차례 인상해 연 3.25%까지 끌어올렸다. 7번 중 2번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미국은 연중 3차례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자 우리나라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3.25%)와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p)이다. 이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역전 폭이 가장 크다.

◇ 소비자물가 6.3%·원/달러 환율 1442.5원…연중 최고치

특히 올해 물가와 환율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전년 대비 6.3%의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여간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2008년(4.8%) 금융위기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이달 초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10월 1442.5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환율 여파는 증권 시장에 직격탄이었다.

국내 증시는 1년 내내 곤두박질쳤다. 코스피지수는 1년 내내 2000선에 머물며  3000선을 넘기지 못했다.

3000선 문턱에서 새해 첫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2300선까지 후퇴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월 30일(2134.77) 최저점을 찍으며 한때 2100선을 위협받았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 적금은 연 10%대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은행들은 이자이익이 급증하면서 호실적을 보였다. 은행들의 호실적에 금융지주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은행들은 '과도한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예대금리차 공시 하도록 했다.

반면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계가 휘청이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준거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1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4.34%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 '돈맥경화' 위기

이 가운데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시장이 '돈맥 경화' 위기에 빠졌다. 채권시장이 일제히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50조원+α' 규모로 유동성을 풀기 시작했고,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5대 금융지주는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원, 채권시장안정과 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에 12조원, 지주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에 10조원 등을 투입하기로 한다.

특히 올 하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 교체가 이뤄졌다. 금융권 수장들의 인사를 놓고 '관치' 논란도 불거지면서 금융권 내에서는 우려감도 있었다.

내년 금융시장 전망은 암울하다. 3고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 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다"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을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금통위 당시 다수의 금통위원이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으로 3.5%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과 소통을 위한 것이었지 정책 약속은 아니었다"면서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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