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팀에서 내부 품의서 양식 직원에 공유
모회사인 현대百은 작년 비대면 결재 시스템 도입
전자 결재 도입 후에도 대면 결재 이어진다고 성토

9일 블라인드에 게재된 현대백화점면세점 결재 보고서 양식.(사진=블라인드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9일 블라인드에 게재된 현대백화점면세점 결재 보고서 양식.(사진=블라인드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시대에 뒤떨어진 결재 시스템으로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 원성을 듣고 있다. 지난해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이 사내 온라인, 모바일 그룹웨어를 비대면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음에도 자회사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구시대적인 결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9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기획팀에서 품의서 양식을 공유했다. 공유한 양식은 목차가 대부분 일본식 한자체를 표방하고 있으며, 줄간격부터 폰트, 글자크기, 여백까지 엄수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MZ세대에 익숙하지 않은 한자용어까지 가득 포함되면서 작성, 제출까지 상당한 난도가 예상된다.

해당 글 작성자는 “오늘 갑자기 기획팀에서 이대로 양식을 쓰라고 친절하게 메일이 왔다”며 “양식 메일 하나가 겉으로는 별 게 아니지만 저에게 엄청난 사기 저하를 유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보다 심한 곳은 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가’라는 말을 쓰는 곳은 이 회사에서 처음 본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옮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현대백화점은 사내 보고 문화 개선을 위해 2만여 개의 결재판을 폐기하고 형식 위주의 대면 보고 방식에서 벗어나 비대면 문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현대백화점이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함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자회사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날로그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는 데서다.

특히 민감한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반영해야 할 백화점·면세점이 MZ세대 직원과 소통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또 모회사에 진행하는 디지털 전환이 자회사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비대면 결재 시스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hd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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