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올해 글로벌 긴축 기조가 심화될 무렵, 이 같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발언에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며 시중에 돈을 계속 풀었다. 하지만 최근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중단했다. 잇따른 금리 인하로 리라화(튀르키예 화폐) 가치가 폭락하자 극심한 물가 상승률을 기록해서다.

당초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여러 차례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고 ‘고금리는 만악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결과는 물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80%를 넘어서며 튀르키예 경제에 충격을 가져왔다. 사실상 ‘관치 금융’의 부작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도 이러한 행태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현재 기준금리 인상기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인상을 놓고 죄고 있다. 최근에는 중도상환 수수료 한시 면제까지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취지가 이해되는 부분은 있지만, 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시중 금리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금리를 올려야 통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물가 상승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시장 개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치 금융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인사 개입도 빠질 수 없다.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는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앉을 가능성이 높다. BNK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장 등도 관료 출신 외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라있다. 다수의 금융 공기업은 이미 관료 출신과 정치인 출신들이 수장 자리를 꿰찬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관치 금융’ 논란에 대해 당국의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사실상 관치 금융을 정의할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시장에 개입해야 관치로 봐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에 관치를 판단하는 근거도 부족해 관치 금융을 단순히 의혹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상 관치 금융은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의 인사나 시장에 직접 개입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걸 관치 금융으로 본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제 체제는 ‘시장자유경제’라는 점이다. 시장자유경제 체제에서의 관치 금융은 ‘허와 실’이 분명하다.

정부가 올바른 경제 정책 방향성을 가지고 국민들을 위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민간 금융기관에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 이럴 경우 관치 금융은 빛이 될 수 있다. 다만 지나친 관치 금융은 그림자도 드리울 수 있다. 민간 금융기관의 경쟁력 악화와 함께 시장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금융기관들의 관치 금융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이해가 간다. 민간 금융기관들은 정부와 대립하는 구도보다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경영을 수월하게 안정화할 수 있다.

다만 관치 금융의 인사 개입의 역사를 보면 정당성은 미미하다. 여기서 관치 금융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나온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을 압박한다. 압박을 받은 민간 금융기관 수장은 자진 퇴사를 하거나,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 이후 관료 출신의 외부 인사가 수장 자리에 앉는다. 인사가 이뤄지는 과정이나 방식을 보면 전문성이나 투명성이 매우 부족해 보인다.

관치 금융으로 인한 금융권 내에서의 혼란과 시장의 부작용은 결국 국민들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향후에도 “관치 금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올 것이다.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부를 비롯해 관료 출신 인사들이 ‘좋은 관치 금융’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시장의 설득을 구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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