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고점 인식에 채권투자 매력↑
최근 금리인하기 연수익률 90% 육박
“미국 금리인하 속도 다소 느릴 수 있다” 우려도

서학개미들이 미국 장기채 ETF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상단에 가까웠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채권가격 상승을 노린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출처=Unsplash
출처=Unsplash

2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의 20년 이상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iShares 20 Plus Year Treasury Bond ETF, 아이셰어즈 투에니 플러스 이어 트레져리 본드 ETF·티커명 TLT)와 20년 이상 장기채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ETF, 디렉시온 데일리 투에니 플러스 이어 트레져리 불 쓰리엑스 셰어즈 ETF·티커명 TMF)를 집중매수했다. 두 ETF를 합쳐 총 8000만달러(한화 약 1060억원) 규모다.

최근 매수세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고점에 가까웠다는 예상 때문으로 관측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고점에 가까울수록 채권 가격은 바닥에 가까워진다. 특히 장기물의 경우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장기채 가격 역시 빠르게 반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올해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한 이후 나머지 회의에서(3·5·6·7·9·11월) 모두 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 범위는 3.75~4%다.

제임스 불라드 연은 총재가 금리 상단을 7%로 거론하는 등 몇몇 매파적인 인사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지만 5% 인근에서 금리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2월 50bp(1bp=0.01%) 인상을 시작으로 내년 1분기 중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가장 최근 금리 인하기를 살펴보면 최근과 같은 투자자들의 열기를 이해할 수 있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지난 2019년 7월부터 금리 인상이 재논의되기 시작하기까지 1년간 두 ETF(티커명 TLT·TMF)는 각각 30%, 90% 가량 상승했다. 채권형 ETF의 경우 주가 상승과 함께 이자(배당)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장기채 ETF에 대한 매수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롱 포지션 상품 중 단기성 상품에서 중장기 상품으로 듀레이션 확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변화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가 기대보단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2월 50bp 인상을 시작으로 연준이 점진적인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겠지만, 상반기 적어도 5%대까지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속적인 인플레 완화를 확인할 경우 내년 중반 이후 연준의 피봇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로 이번 국면에서 빠른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jdh@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