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소각,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안
50억~100억달러 규모 예상
“머스크의 번복 가능성, 진행 중인 소송 결과 따라 달라질 듯”

최근 수 년간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온 테슬라의 주가가 트위터 인수 관련 잡음과 창업주 일론 머스크의 대규모 매도 등 악재가 겹치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내년 자사주 매입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반등 동력으로 작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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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테슬라의 주가는 전장 대비 6.84% 하락한 167.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테슬라는 최근 4거래일 연속 내렸다.

테슬라의 주가는 전일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하락했다. 트위터 인수와 관련한 여러 차례의 입장 번복, 인수 후 필수인력 해고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머스크의 테슬라 주식 대량 매도, 미국에서의 전기차 리콜 소식 등 연속적인 악재가 주가의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가는 중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데다 주가까지 내리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연초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총 순매수 규모만 16억달러(약 2조1700억원)에 이른다.

다만 최근 자사주 매입 관련 소식이 향후 주가의 반등 동력이 되어줄지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몇몇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855억 달러(약 102조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했다. 이 기간 주가는 130달러대에서 170달러대로 상승하며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자사주 매입의 경우 시중에 풀린 회사의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소각이 진행될 경우 시중에 다시 물량이 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종식되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 등이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투자자문사 에드워드존스의 제프 윈다우 애널리스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통해 “테슬라의 자사주 매입은 전적으로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라면서도 “최근 상황을 볼 때 내년 중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통상 주가 하락기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주가가 어느 정도까지 하락해야 자사주 매입이 시작될지 관심이 높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저렴할 때 하는 것이 기업에 유리하다.

이 문제에 관해서 제프 윈다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게 할 특정한 가격대가 정해진 것 같진 않다고 추정했다. 다만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때와 같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점과 머스크의 560억달러(74조4800억원) 규모 스톡옵션 보상을 취소해달라는 주주 소송 결과에 따라 자사주 매입 여부나 시기가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테슬라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한다면 자기자본이 줄어들면서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유통주식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도 증가한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50억~100억 달러 자사주 매입 계획은 머스크의 성장에 대한 강한 집념이 느껴지는 한편,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감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며 “테슬라의 12개월 선행 ROE는 30%(시장 평균 21%)로 2018년 이후 상승하고 있어, 현 시점에서의 자사주매입은 옵션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매입이 진행될 경우 이익 성장을 뒷받침하고 자기자본이익률을 지지해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주가는 절대적으로도, (장기 이익 성장성을 반영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실적 우려에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규모는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서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 사이로 예상했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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