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성장은 ‘명약관화’
사실상 독주하는 TSMC
“미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 확대도 기회”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TSMC를 편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파운드리의 성장세와 TSMC의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에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견제책의 일환으로 미국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늘릴 것이란 예상도 이번 투자에 반영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출처=클립아트
출처=클립아트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한 TSMC(ADR)는 전일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 편입 소식에 11% 급등했다. TSMC는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이다. 파운드리 기업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기업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

미국은 1억 달러 이상의 주식 등 투자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매 분기 13F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13F 보고서에서는 보유한 모든 투자 포지션과,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상장주식수, 종목코드 등을 표기해야 한다. 13F 보고서는 일반에 모두 공개된다.

이번 13F 공시에서 3분기 중 버크셔 헤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 TSMC가 새롭게 편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41억달러(한화 약 5조5000억원) 규모다. 특히 워렌 버핏이 애플을 제외한 기술주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아왔던 터라 이번 TSMC 편입 소식이 큰 주목을 받았다.

투자업계에서는 버핏의 TSMC 투자를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나섰다.

우선 TSMC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이 샀다는 의견이다. 지난 2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53.4%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2위인 삼성전자(16.5%)와도 상당한 격차다. 사실상 압도적인 점유율인 셈이다. 버핏의 평소 투자지론에 의하면 산업 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기업이 그의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렴할 때 사는 것도 버핏의 철칙 중 하나다. TSMC의 주가는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가격적인 메리트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한 가지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예견한 투자라는 관점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패권 견제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가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첨단기술과 관련해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을 압박했던 방식을 돌이켜보면 동맹국들이 중국에 반도체와 통신 등의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상대국 제재)이 대표적이었다”며 “그런데 올해 8월(3분기) 미국이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과시키며 미국 기업들과 동맹국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회유하는 방식으로 대중국 견제 방법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결국 미국의 기술 우위가 공고해져야 상대국 제재나 동맹국을 회유하는 방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이는 곧 반도체 분야에 대한 미국 정부의 투자가 본격화될 것임을 가리킨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소련과의 기술 경쟁을 위해 만든 기관인 DARPA(미국 국방부 산하기관)의 예산 흐름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 연구원은 “10년 이상 큰 변화가 없다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와 관련된 기술에 투자가 예산 증가의 상당 부분을 주도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금까지 반도체 산업이 미중 갈등 속 제재에 따른 리스크 분야였다면 앞으론 미중 갈등 속 기술 우위를 위한 투자 분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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