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압박이지 않나요."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겨냥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발언하자 금융권 한 관계자가 이같이 소회를 말했다.

연말을 기점으로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연이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다수의 금융지주가 차기 CEO(최고경영자) 선임을 위해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레고랜드 발' 자금시장 경색에 이어 흥국생명 사태로 채권시장이 혼란이 발생하면서 차기 금융지주 수장은 막중한 책임감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 '인사 외풍'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노조는 금융지주 CEO 인사에 정부와 정치권 개입을 경계하며 성명서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경고' 중징계를 처분을 내리고, 이 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발언을 하자 외압과 관치 금융 의혹이 일었다.

이후 이 원장은 수습에 나섰다. 이 원장은 "외압이나 특정 임무를 염두해 한 발언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이례적으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금융지주 이사회장은 차기 CEO 선임 절차를 논하고, 후보를 선출하는 데 주요 역할을 수행하는 요직이다.

금융권 인사철을 맞아 이사회 의장을 불러 모았다는 점은 외압으로 보기에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간담회 자리는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 활동의 일환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이 원장은 "곡해를 하신다든가 오해를 하신 것들은 대부분 다 나중에 보면 오해로 정리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이 원장의 발언은 과전이하(瓜田李下)를 떠오르게 된다. 과전이하는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자두)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다. 의심받을 행동을 삼가라는 의미다.

금융권 인사 시즌에 금융당국 수장이 오해와 곡해의 소지를 제공한다는 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신중함이 부족하고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언사로밖에 안보여진다.

무엇보다 금융권 내 '인사 외풍'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금융권 인사는 어느 누구의 개입도 아닌, 전문성을 가진 금융사 수장이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된 철저한 검증 단계를 거쳐 선출되길 바란다. 금융지주 이사회의 향후 선택에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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