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안도감에 증시 급등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 주의해야
“당분간 안도랠리 가능성…추격매수는 자제”

미국 나스닥 지수가 하루 만에 7% 이상 급등하고 코스피 역시 3% 이상 오르는 등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7%대를 기록하면서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물가 안정 기대에 따른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이 유입되며 증시가 짧은 안도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랠리에 올라타기 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거나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 나왔다.

출처=클립아트
출처=클립아트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7.5%) 이후 최소 폭의 상승인데다 2월 이후론 8개월 만에 확인한 7%대 상승률이다.

전문가 전망치인 7.9% 역시 하회했다. 전월 대비로도 0.4% 상승하며, 전문가 전망치 0.6% 보다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하며 전문가 전망치(6.5%)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중고차와 의류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2.4%, 0,7% 하락했고, 의료비(-)가 상승세를 멈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즉각 환호하고 나섰다. 물가 지표가 꺾였으니 물가 안정이 목표였던 통화정책이 보다 완화적인 기조로 돌아설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유입되면서다. 나스닥 지수는 7.35% 급등했고, S&P500과 다우 지수는 각각 5.54%, 3.70% 뛰었다. 이날 나스닥 지수의 상승폭은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안도랠리를 즐기되 추격매수는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오히려 탈출기회로 삼으라는 의견도 나왔다.

◆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기대 눈높이 낮춰야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CPI 서프라이즈와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는 2023년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2023년 12월에는 기준금리가 4.39%로 낮아질 것이란 컨센서스까지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연방은행 총재들의 속마음은 시장의 기대와 차이가 있다”며 “통화정책 안도감을 넘어선 금리동결, 인하 기대가 과도한 상황인지는 향후 경계해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피봇(Pivot, 정책전환)기대감이 재차 확산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연준의 물가 안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연준은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시장에 긴축 기조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CPI 발표 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한 달 치 데이터만 보고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며 “금리 인상 중단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역시 이날 CPI 수치에 대해 “안도감을 주는 환영할 소식”이라면서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 “짧은 상승장 누려라”…단, 리스크 관리가 ‘우선순위’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가 CPI 이벤트에 집중하는 본질은 FOMC에서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 이기 때문”이라며 “12월 FOMC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는 10월 CPI보다 11월 CPI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10월 CPI와 중간선거라는 11월의 큰 이벤트는 종료된 만큼 남은 기간 매크로 민감도는 낮아질 것 같다”며 “단기랠리는 누릴 수 있을 때 누리는 것이 좋지만 12월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업종이나 종목들을 중심으로 비중 조절을 하는 헷지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팀장 역시 “(지금은 상승장이 나타나고 있지만) 올해 말과 내년 초 경기침체 공포, 통화정책 안도감 후퇴 등이 동시에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추격매수는 최대한 자제하고 추가 반등 시도 시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현금비중을 확대하는 의견을 유지한다”고 조언했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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