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회장 선임 놓고 시민단체·노조 '낙하산 인사' 경계 반발
금융노조 "내부 승계프로그램 정상 작동해 객관적·투명하게 진행"
수협은행·기업은행·농협금융·농협은행 등 인사 '외풍' 관측 커져

부산은행 본점.(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부산은행 본점.(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사임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BNK금융은 내부 인사 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를 회장 후보군에 올릴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외부 인사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자 노조와 시민단체는 '낙하산 인사'를 경계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회장 선임 과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으로 금융사 인사가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임기를 약 5개월 앞두고 조기 사임했다. 김 회장은 2017년 9월 BNK금융 회장으로 취임,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5년간 그룹 경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회장 자녀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부당 내부거래과 채권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분간 BNK금융은 김 회장이 사임함에 따라 회장 권한 대행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 BNK금융 경영승계 규정 수정…내·외부 인사 후보군 촉각

김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일 BNK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회장 후보군에 내부 인사뿐 아니라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아 외부 인사도 포함한다고 경영승계 규정을 수정했다.

BNK금융은 2018년 김 회장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일자, 지주 사내이사, 지주 업무집행책임자(지주 사장 이상), 자회사 대표 중에서 내부 승계로 회장을 선임한다는 '최고경영자(회장) 경영승계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경영승계 규정에는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을 저해할 경우 퇴임 임원 등 외부인사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하는 예외 규정이 있다.

현재 내부 인사에서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최홍영 경남은행장,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 9명이다. 외부 인사로는 금융권 출신과 BNK금융 퇴임 임원 출신들이 예상되고 있다.

BNK금융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임추위는 경영승계 절차가 개시된 시점부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추천 절차가 마무리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사회 또는 임추위 소집 기간이 필요한 경우 최대 일주일 이내 개시한다.

현재 임추위 개시 시기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임추위와 관련해 결정된 시기나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 BNK금융 회장 선임 난항 예상…금융노조·시민단체 '낙하산 인사' 반발

향후 회장 선임 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는 물론,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3일 입장을 내고 "금융시장을 정부가 통제하는 시대도 아닌데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필요 없다"며 "정치권이 이번 BNK금융 사태를 빌미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다면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2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남은 과제는 동일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배구조의 허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CEO에 대한 견제를 위한 감사위원회의 운영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BNK금융 이사회와 금융당국은 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노조 산하 사업장에서 숱하게 벌어졌던 낙하산 저지 투쟁이 BNK에서도 재현될 수 있음을, 전체 사내, 사외이사에 대한 퇴진 투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은행 노조는 내부승계 원칙을 고수할 것을 촉구하는 별도의 서한을 이사회에 보냈다. 노조는 전 임직원을 상대로 낙하산 반대 뜻을 모아달라고 했고 출근 인원의 97%인 2506명이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 금융권 인사 '외풍' 부나…금융노조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현재 금융권에서는 금융사 인사가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온다.

최근 수협은행은 후보자 5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가 최종 후보를 정하지 않고, 돌연 후보자 재공모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사실상 외부 인사를 뽑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행장에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르자 기업은행 노조는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권의 영향을 크게 받아온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도 낙하산 인사로 교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를 두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금융사 CEO는 오랜 세월을 통해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결합된 전문성, 높은 도덕성,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구성원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 그리고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노동자를 존중하는 자세 등이 요구된다"며 "정치인, 모피아 관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현재 정권이 금융지주 회장, 행장 인선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각 회사 내부의 승계 프로그램이 정상 작동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안정감을 국내외 시장에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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