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유일한 주주’라는 말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창업한 이본 쉬나드 회장이 전 재산을 기부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쉬나드 회장과 일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지분 100%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설계된 환경단체와 비영리 재단에 양도한다는 내용이었다. 

기부한 지분가치는 30억 달러. 한화로 4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이밖에 쉬나드 일가는 매년 1억 달러에 이르는 회사 수익을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쉬나드 회장은 이러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발표와 함께 “이제 지구가 유일한 우리의 주주”라고 말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2020년 말 쉬나드 회장 일가가 경영진에 ‘환경과 사업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구조’ 개발을 요구한 데서 시작됐다. 쉬나드 회장은 사업을 할수록 지구를 살릴 수 있는, 환경보호에 더 많은 예산을 쓸 수 있는 방향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측근들은 매각과 기업공개라는 선택지를 권유했다. 비상장기업인 파타고니아를 매각, 기업공개하게 되면 지분가치가 올라가고 결국 기부액수도 더 늘릴 수 있어서다. 그러나 쉬나드 회장은 매각이나 상장을 선택하지 않았다. 회사의 새 소유주가 파타고니아가 추구해온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할지 장담할 수 없고, 상장기업이 되면 단기 이익을 쫓을 가능성이 커져 환경보호와 직원 복지가 뒤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을 위한 쉬나드 회장의 경영 방식은 ‘ESG’라는 말이 사용되기 전부터 시작돼 왔다. 파타고니아는 1973년 창업될 때부터 환경보호에 대한 이상 실현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지구를 위한 경영 철학에 입각해 모든 제품을 유기농 원단과 친환경 방식으로 만들어왔고, 1985년부터는 회사가 적자일 때도 매해 회사 매출의 1%를 ‘지구세(Earth Tax)’로 환경단체에 기부해왔다. 

특히 유명세를 탄 건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 뉴욕 타임즈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게재하면서다. 대규모 소비 시즌에, 그것도 옷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패션기업이 자신들이 만든 옷을 사지 말라고 하니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 문구는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옷을 사기 전 최대한 수선해 입자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광고 후 매출은 더 성장했다. 

파타고니아가 강조하고 있는 건 환경을 위해 패션기업이 할 수 있는 기본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데 있다는 철학이다. 파타고니아는 기본적으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망가져도 다시 고쳐서 입을 수 있는 옷, 세대를 넘어 물려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을 추구했다. 

쉬나드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도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소비가 환경보호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영 구조를 보다 촘촘히 짠 것이다. 환경과 경제가 어떻게 동행할 수 있을지 새로운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은 기업이 고민하는 환경경영에 대한 하나의 전례 없는 예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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