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인 이유로 고기를 줄이려는 사람이라면...

오늘은 ‘빨간 날’입니다. 달력에 붉은색 숫자가 표시된 날, 학교도 안 가고 회사도 안 가서 신나는 날이죠. 여러분도 혹시 새 달력 받으면 빨간색이 몇 개인지 먼저 세어 보나요?

강렬한 레드는 경고의 의미도 있습니다. 신호의 붉은빛은 멈추자는 약속입니다. 우리도 달력 빨간 숫자를 볼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고 한 걸음 멈추면 어떨까요? 어떤 위기감이냐고요? 그린포스트가 공휴일 아침마다 기후위기 관련 뉴스를 송고합니다.

열세 번째 뉴스는 고기 대신 다른 재료를 가지고 맛을 낸 제품을 둘러싼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인류가 소비한 육류들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소비한 육류들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기자는 (치킨텐더가 아닌) 두부텐더와 (고기 대신) 버섯이 들어간 만두를 먹었다. 직접 요리한 건 아니고 풀무원에서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육류 대신 채소 또는 다른 식재료가 들어간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인류가 먹는 고기가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고 기자 역시 그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해서다.

환경경제 매체에서 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고려가 들어간 제품이어도 내 라이프스타일과 맞아야 소비한다. 음식은 특히 더 그렇다. 살을 빼려거나 건강해져야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기후위기를 줄이려고 무조건 채소만 먹을 생각은 없다. 쉽게 말해서 대체육이든 비건지향이든 내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두부텐더와 버섯만두는 일단 식감과 향 면에서는 기존 제품과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맛이 고기와 똑같냐고 물으면 솔직히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기의 육즙이나 육향 또는 특유의 식감이 아닌 ‘만두맛’ 또는 ‘튀김맛’으로 뭉뜽그려 얘기하면 치킨텐더나 두부텐더의 만족감은 비슷했다. 고기소가 아닌 버섯으로 만든 소가 들어간 만두도 적당히 맛있었다.

◇ 인류가 소비한 육류와 기후위기 사이의 관계는?

인류가 소비한 육류들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다. 육류 소비량이 늘면서 축산업이 대규모 밀집 형태로 발달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현상들이 식량난이나 대기오염, 수질 및 토양 오염 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지구 온실가스의 51%가 축산업에서 나오며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육류소비량이 늘어난 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일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교통수단에서 13%, 축산업에서 18%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지난 2020년 ‘세계 비건의 날’을 맞아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장식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메탄과 이산화질소의 근원”이라고 말하면서 “동물 사료로 쓰이는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라고 경고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우리가 소비하는 엄청난 양의 육류가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3월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을 위해 1년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 크기가 파괴된다. 브라질에서는 약 7억평의 토지가 사료용 콩을 재배하기 위해 쓰이죠. 목초지와 경작지 등을 얻기 위해 땅과 숲이 사라지는 사이, 인간의 식량과 주거, 동물의 서식처 등이 위협 받는다는 뜻이다.

◇ 환경적인 이유로 식단을 바꿔보고 싶다면...

서울환경연합은 뉴스레터에서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1만 5,500리터고 토마토 1kg을 기르는데는 단 180리터 밖에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축산업이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육류 생산을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물론, 고기를 먹는 건 개인의 자유다. 세상의 모든 채소와 과일은 환경적이고 고기만 비환경적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먼 나라에서 수입되는 채소나 과일 등은 소비자가 거주하는 곳 근처의 지역에서 생산된 육류보다 (유통 등 과정까지 고려한) 탄소배출이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축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건강이나 다이어트 또는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환경적인 이유’로 비건지향을 한다는 소비자도 많다. 식음료 기업들도 고기 대신 다른 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기자는 독자에게 채식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럴 권리 역시 당연히 없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식재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식습관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소비자라면 요즘은 그걸 실천하는 방법이 매우 많고 또 쉽다는 얘기는 꼭 하고 싶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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