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버린 생명들, 그 흔적을 따라서 걷다
마이클 블렌코우 지음 이진선 옮김 미래의 창 펴냄

마이클 블렌코우 지음 이진선 옮김 미래의 창 펴냄 (이한 기자 2022.9.6)
마이클 블렌코우 지음 이진선 옮김 미래의 창 펴냄 (이한 기자 2022.9.6)

모리셔스 섬에는 ‘도도새’가 살았다. 갈라파고스에는 ‘땅거북’도 있었다. 큰바다쇠오리라는 새도 있었다. 털은 흑백이고 꼿꼿하게 서서 뒤뚱뒤뚱 걷는데다 날지 못해서 마치 펭귄처럼 느껴지는 새다. 하지만 이 동물들은 이제 없다. 지금은 박물관 박제 전시물이나 책 속 삽화로만 만날 수 있다. 왜냐하면 ‘멸종’된 동물이어서다.

이 책에는 11종의 동물이 등장한다. 모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멸종동물이다. 저자는 여러 멸종동물이 모여 있는 영국의 한 자연사박물관에서 호기심을 느꼈다고 한다. 그 동물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저자는 직접 사라진 동물들의 흔적을 따라 갔다. 영국에서 시작해 러시아 캄차카반도, 뉴질랜드의 남섬과 북섬, 갈라파고스 제도 등을 직접 다녀왔다.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에 살던 도도는 진화의 경쟁과 생태계 파괴 속에서 멸종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과 캄차카 바도의 스텔러바다소는 인간의 사냥감이 되어 학살당했다. 캘리포니아 해변을 날아다니던 푸른 나비 서세스블루는 주변 지역이 도시로 개발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었다. 태국의 습지를 누비던 숀부르크 사슴은 크고 멋진 뿔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수집’의 대상이 됐다.

저자는 영국의 동식물학자 겸 작가다.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야생동물의 삶을 탐구한다. 다양한 자연보호단체에 소속돼 일하고 있으며 지난 10여년 간 야생동물 행사를 주최하고 사람들이 자연을 위해 행동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남아있는 흔적들을 따라 이어지는 저자의 탐구는 우리에게 그들이 한때 지구상에 살아 있던 생명임을 깨닫게 하고 인류가 다른 생명체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도록 이끈다”고 설명했다.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은 지금 우리 곁에도 많다. 지구상에서 동물이나 식물이 자꾸 사라진 다는 건 인간에게도 위험신호로 읽힌다. 멸종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그린포스트코리아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멸종위기 전문매체인 뉴스펭귄에도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요즘 ‘친환경’이 ‘유행’입니다.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 갖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관심이 트렌디한 소비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합니다. 솟아나는 관심들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 실천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파도를 만들어 기후위기를 넘는 물결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대변하듯, 출판 시장에도 환경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간됩니다. 제로웨이스트, 비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그리고 우주에 쌓이는 쓰레기까지...그 내용과 종류도 다양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환경 관련 이슈가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관점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책으로 읽는 환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주에 1번 일요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와 번갈아 보도합니다. 스무번째 순서는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11종의 동물들을 찾아 떠난 기록 ‘사라진 동물들을 찾아서’(미래의 창)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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