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와 자전거의 환경적인 공존 방법은?

폭이 좁은 길 한쪽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놨다. 나무도 심었다. 그러면 사람은 어디로 걸어가야 할까? (이한 기자 2022.9.4)/그린포스트코리아
폭이 좁은 길 한쪽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놨다. 나무도 심었다. 그러면 사람은 어디로 걸어가야 할까? (이한 기자 2022.9.4)/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학교 옆 길이다. 차도와 학교 건물 사이에 난 이 길은 사람 2명이 나란히 걸어가면 꽉 차는 폭이다. 두 사람이 걸으면 앞뒤로 걸어야 반대편에서 마주 오는 사람에게 길을 내줄 수 있을 정도다.

이 길에는 필요한 게 다 있다. 차도와 보행자도로를 구분하고 안전하게 보호할 난간도 있고 탄소를 흡수하면서 햇빛을 막아 줄 가로수도 있다. 교실의 소음을 막아 주는 펜스도 설치돼있다. 사진 오른쪽 부분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원래 오렌지 색이었지만 최근 보수공사를 마쳐 짙은 회색으로 보인다. 자전거도로 위로는 전동킥보드도 자주 다닌다.

자전거와 보행자는 어떻게 공존하는 게 좋을까?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전거도로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개인형 이동장치만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든 전용도로가 있고 차도의 일정 부분을 자전거 등만 통행하도록 구분한 자전거 전용차로도 있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도 있다. 자전거 등 외에 보행자도 통행할 수 있도록 분리대나 경계석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물에 의해 차도와 구분하거나 별도로 설치한 도로다. 위 사진 속 길 역시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녀야 하는 길이다.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탄 사람 그리고 보행자가 함께 사용(겸용)하려면 양쪽 모두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종종 불편을 호소한다. 무슨 까닭일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구분해 둔 길을 빼면 나머지는 나무로 막혀있다. 실제로 이 길을 통해 근처 마트를 오가거나 산책을 자주 한다는 인근 주민은 “주택가 안쪽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 연기를 피해 사람 없는 이 길로 자주 다니는데 자전거나 전동킥보드가 지나갈 때 불편하기도 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길이면 몰라도 이 근처에만 버스 정류장이 3곳이나 있다”면서 “이렇게 좁은 길에 자전거길까지 만들어놓은 건 자전거 이용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식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대기중에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려면 나무와 자전거 모두 꼭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안전 역시 중요하다. 친환경과 ESG는 모두 인류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가치다. 사람이 다니는 길 역시 그런 취지로 만들어져야 한다. 물론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모두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게 바로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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