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빨간 날’입니다. 달력에 붉은색 숫자가 표시된 날, 학교도 안 가고 회사도 안 가서 신나는 날이죠. 여러분도 혹시 새 달력 받으면 빨간색이 몇 개인지 먼저 세어 보나요?

강렬한 레드는 경고의 의미도 있습니다. 신호의 붉은빛은 멈추자는 약속입니다. 우리도 달력 빨간 숫자를 볼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고 한 걸음 멈추면 어떨까요? 어떤 위기감이냐고요? 그린포스트가 공휴일 아침마다 기후위기 관련 뉴스를 송고합니다.

열두 번째 뉴스는 영화에 담긴 기후위기에 대한 시선입니다. 다큐멘터리나 환경 영화처럼 직접적으로 다룬 내용 말고 액션 등 상업영화에서 풍자적으로 언급한 내용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주]

영화는 상상력의 세계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 주변 어디엔가 있을법한 인물이나 사건이 등장한다. 달라지는 날씨와 그에 따르는 위기가 결국 인간이 자초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숨어있는 영화들도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는 상상력의 세계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 주변 어디엔가 있을법한 인물이나 사건이 등장한다. 달라지는 날씨와 그에 따르는 위기가 결국 인간이 자초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숨어있는 영화들도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휴일 낮 시원한 거실에서 영화 한 편 보자. 환경 관련 얘기를 다룬다고 해서 꼭 무거운 영상만 봐야 하는 건 아니다. 흥미로운 SF·액션 작품이나 재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내용을 가지고도 환경 관련 내용을 한번 더 곱씹을 수 있어서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빌런 발렌타인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에 열이 나는 일을 지구온난화에 빗대며 인류가 지구의 바이러스라고 비유했다. 인류가 너무 많아지면 지구에 열이 나고 결국 바이러스(인간)가 숙주(지구)를 죽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반대로 숙주가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를 죽게 만들더라고 결국 인간은 멸종될 수 있으니 인류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타노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살던 행성 타이탄이 유한한 자원 속에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인류의 반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아이가 태어나고 우주가 조화로운 균형을 되찾게 된다고 믿는다. 결국 타노스는 온 우주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베놈>에 등장하는 드레이크는 현재 인류가 인구 과잉과 기후변화 문제로 1세대만 지나도 지구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이주할 땅을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한다. 그는 자신이 미친 게 아니라 인류의 생활방식이 미쳤다고 주장하면서 인류가 쓰고 또 쓰면서 지구를 멸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가 겪는 어려움은 재난영화에서도 단골 소재다. 황폐해진 미래 지구 풍경이 인상적인 <인터스텔라>,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얼음으로 뒤덮이는 <투모로우>, 환경재난을 다룬 영화 <2012>, 그리고 눈으로 덮인 지구의 모습을 담은 <설국열차> 등에서도 기후위기와 미래 지구에 대한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재난·액션 영화에서만 이런 문제를 다룬 건 아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을 다룬 영화 <컨테이젼>은 인류의 개발활동으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로 인해 전염병이 생기는 과정을 실감 나게 다뤘다. 이 밖에도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에 이상기후로 인해 두달 넘게 비가 내린 일본 도쿄 풍경이 나온다.

달라진 날씨가 아닌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영화도 있다. 2000년 개봉한 고전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대기업 공장에서 유출된 물질로 마을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이에 따른 거대기업과 주민들의 팽팽한 대립 등을 다룬다. 국내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도 공장 폐수유출 관련 문제를 둘러싸고 이야기가 벌어진다.

영화는 상상력의 세계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 속에는 늘 어디엔가 있을법한 인물이나 사건들이 등장한다. 달라지는 날씨와 그에 따르는 위기를 인간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는 점, 그에 따른 재난으로 결국 인간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더라도 한번 더 주목할 만 하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