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길 지속가능성연구소장 인터뷰
"지속가능발전...계속 발전하자는 뜻 아냐"

7월 20일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만난 오수길 지속가능연구소 소장(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임호동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7월 20일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만난 오수길 지속가능연구소 소장(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임호동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1980년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사용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단어는 40여년이 흐른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흔히 듣는 중요한 단어가 됐다. 특히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 인구감소, 지역소멸 등 다양한 위기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핵심 단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을 거론하는 주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지속가능발전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용하는 기관마다 설명도 조금씩 다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는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을까? 오수길 지속가능성연구소 소장(고려사이버대학교 정보관리보안학과 교수)은 이에 대해 "자연환경이 지탱할 만큼 균형을 맞춰 발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지속가능을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기업, 그리고 개인의 변화와 실천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수길 소장과 나눈 문답. 

Q. 분야를 막론하고 지속가능발전이 화두입니다.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하면 좋을까요

흔히 '발전을 지속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은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Sustainability를 단어 그대로 풀이할 경우 ‘지속가능’을 쉽게 정의할 수도 있지만 실제 의미는 ‘지탱가능’한 발전에 가깝습니다. 즉 자연환경이 지탱하는 선까지 발전하자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의 균형과 조화를 지속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발전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최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에코뮤지엄을 소개하는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에코뮤지엄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역발전이라 함은 수도권에 기준점을 두고 격차와 소외를 줄여가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면 중앙 정부에서 사업비를 가져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좋은 기업을 유치해 격차를 줄이는 방식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지역의 발전에 일시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비용을 투자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인프라가 구축된 곳만 발전을 하며 또 다른 지역 소외 문제를 낳습니다.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단지를 구축할 경우 환경문제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성장을 위해 뒤따르는 문제들을 눈감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이러한 성장 방식은 지속가능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코뮤지엄은 지역만의 역사, 자연, 사회적 자산 등을 발굴하고, 이러한 지역만의 가치를 활용해 대안적인 발전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에코뮤지엄은 뒤따르는 문제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축이 가능하며,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질의에 대답하고 있는 오수길 지속가능성연구소 소장(임호동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질의에 대답하고 있는 오수길 지속가능성연구소 소장(임호동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Q. 실제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인구문제, 노동문제, 인프라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자체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사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모든 지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자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지역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시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수도라 불리던 부산시도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인구의 유출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에 부산시는 부산 인근의 지역을 집결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메가시티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부산시의 정책은 일각에서는 타당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시적인 경제성과와 발전이 있어야 사람들이 지역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주체로 불리는 MZ세대는 성과와 발전만을 쫓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MZ세대를 상징하는 단어는 바로 ‘가치소비’입니다. 그들은 가치를 쫓습니다. 지역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결국 도시가 가진 도시만의 가치를 찾는 것, 지역이 가진 강점을 스토리텔링해 소구하는 것이 또 다른 유형의 지역발전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Q.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은 지역의 지속가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모든 시스템은 정부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제도와 방향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지역의 지속가능성 역시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지방정부의 방향성과 추진성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민간 기업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계열에 올랐고, 기업들 역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업종, 업태에서 글로벌 교역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민간기업들에 불고 있는 ESG경영 바람이 이를 상징하고 있죠. 글로벌 표준을 지키며 기업의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지역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화가 진행중인 기업들은 지역의 발전까지 고려하며 지자체와 힘을 맞춰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기업이 지역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기업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Q. 일부 지자체는 기업의 경영의 일환인 ESG경영을 행정에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지방정부들은 국제적으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를 수립하고 달성해나가자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SDGs를 이행·실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는 ESG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행정을 펼치기 위해 ESG를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SG는 경영의 도구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도구를 어떻게 해야 잘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의 세부계획에 ESG를 도입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실천할 방법을 모색한다면 ESG경영이 희석되지 않을 것입니다.

Q. 지속가능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부문이 바로 기업입니다.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키워드로 다양한 노력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그린워싱이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떤 부분에 더 집중해야한다고 보시는지요?

이제는 그린워싱같은 눈속임으로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UN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적으로 ESG표준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들이 ESG경영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그린워싱이 아닌 진심어린 성찰과 노력을 보여줄 시기입니다. 현재까지 기업이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미쳐왔는지 고백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지속가능과 ESG를 위한 지표 중 지킬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시스템화 시키고, 탄소배출과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ESG경영의 실천인 것입니다. 이는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차별점을 마련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을 인지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노력을 조금씩 늘려가는 자세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지자체의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협력 방안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할 만큼 초고속으로 성장한 국가입니다.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과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국가 성장에 이바지한 지역사회, 앞만 보고 달려온 기업들의 협력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와 기업이 된 만큼 환경과 주변을 살펴야합니다. 이러한 노력도 협력이 필요합니다. 사례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전주한옥마을에서 시행된 ‘제로플라스틱전북’이 있습니다. 

해당 사업은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라북도, 전북지속가능협의회, 전주한옥마을 인근 카페 16곳이 참여해 테이크아웃용 다회용 컵 ‘턴블러’를 제작해 활용한 사업입니다. 전주한옥마을에 방문한 관광객이 카페에서 음료를 구입할 경우 ‘턴블러’에 담아 제공하고, 관광객은 전주한옥마을을 떠날 때 인근 카페에 ‘턴블러’를 반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다회용 컵은 전북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에서 후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정부, 지역기업, 지역 소상공인이 참여한 협력 사업이죠. 

처음 사업이 시작될 때 사업에 참여한 카페 점주들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특히 턴블러가 회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죠. 하지만 시범 첫 달 회수율 85%를 기록했고, 턴블러를 기념품으로 가져간 시민들도 재방문이나 우편을 통해 반납해 90%에 가까운 회수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고요. 

이러한 협력 사례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지자체나 기업이 해오던 봉사활동이나 기부 형식의 사회공헌이 아니라 조금만 생각을 전환하고, 꼭 필요한 수혜자들이나 단체를 지원하기에 마음을 먹는다면 차별화된 협력사업들이 발굴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한 말씀하신다면?

기후위기를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은 일시적인 날씨변화 수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조금 나은 편에 있지만 기후위기에 따른 재앙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도 매년 심각해지는 허리케인을 경험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후위기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위기는 위기라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사스, 메르스 같은 질병들도 늘 전조증상과 경고가 있었습니다. 그 시그널을 무시한 결과는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가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지금부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역, 기업의 노력에 시민들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 지속가능을 위한 작은 변화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작은 노력과 실천이 더해져 지역의 수준을 높이고, 기업들은 소비자의 의식 변화를 주목해 스스로 변화를 선택할 것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은 결국 나부터 시작됩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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