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한복판에 버려진 빈 유리병

다 마신 음료를 손에 들고 다니기 귀찮았을까? (이한 기자 2022.6.21)/그린포스트코리아
다 마신 음료를 손에 들고 다니기 귀찮았을까? (이한 기자 2022.6.21)/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잠실역 사거리 모습이다. 누군가 먹다 남은 음료를 신호 제어기 근처에 위태롭게 올려두고 떠났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데 유리병이 떨어져 깨지면 어떻게 될까? 사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깨지지 않아도 저렇게 버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어서다.

분리배출 품목이든 아니면 일반쓰레기든 폐기물은 저마다 버리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 사회적인 규정과 약속에 따라 정해진 방법대로 정해진 비용을 내고 버려야 한다. 그 규칙을 누구나 알고 있을 테고 혹시 그 규칙을 정확히 모른다고 해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아마 사진 속 주인공은 시원하게 음료 한 잔 마시고 갈증을 풀었더니 손에 들고 다니기가 귀찮아진 모양이다. 그래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올려뒀을 터다. 좁은 공간에 병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아 굳이 정성껏 중심을 잘 맞춰 세워놓았다. 하지만 바닥에 던져 버렸든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놓았든 관계없이 그건 옳지 않은 일이다. ‘나쁜 일’에 정성을 쏟은 셈이다.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108번째 사진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느라 정성을 쏟은 사연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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