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시국선언 등 방법으로 ‘동물의 소리’ 전하는 사람들
인류가 동물에게 저지르는 실수...“지구는 인간만의 것 아냐”

미술로 표현된 북극곰과 팬더 그리고 호랑이 등 야생동물의 얼굴이다. 이들이 만약 인간의 말을 할 줄 안다면 동물들은 무슨 메시지를 전할까? 사진은 고상우 작가의 작품들. 왼쪽부터 각각 '운명' '터널' 그리고 '희망' (세계자연기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술로 표현된 북극곰과 팬더 그리고 호랑이 등 야생동물의 얼굴이다. 이들이 만약 인간의 말을 할 줄 안다면 동물들은 무슨 메시지를 전할까? 사진은 고상우 작가의 작품들. 왼쪽부터 각각 '운명' '터널' 그리고 '희망' (세계자연기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위 사진은 북극곰과 팬더 그리고 호랑이 등 야생동물의 얼굴이다. 이들이 만약 인간의 말을 할 줄 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야생 동물들은 2022년의 인류에게 무슨 얘기를 건넬까? 동물의 얼굴과 입을 빌리거나 동물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인류의 환경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지구의 많은 생명체가 멸종 위험에 노출돼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구생명보고서 2020’ 보고서에서 “상당한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라는 요인 하나만으로 금세기에 야생종의 5분의 1 정도가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물다양성 핫스팟 지역에서는 야생종이 가장 높은 비율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올해는 호랑이 해다. 그러면 호랑이는 어떨까? 아쉽게도 호랑이 역시 멸종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로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 12년 동안 ‘야생 호랑이 두 배 늘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호랑이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2010년 3,200여 마리에 불과했던 야생 호랑이가 2016년에는 3,900여 마리로 늘어났고, 올해 하반기 발표될 개체 수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자연기금은 지난 6월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현실과 자연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Forever Free-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 특별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2개월 동안 이어진다.

고상우 작가는 평소 ‘인간과 동물 어느 하나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공존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세계자연기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고상우 작가는 평소 ‘인간과 동물 어느 하나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공존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세계자연기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위 사진은 고상우 작가와 그의 작품이다. 작가는 올해 호랑이의 해를 맞아 대통령 신년사 배경으로 선정된 호랑이 작품 작가기도 하다. 고상우 작가는 평소 ‘인간과 동물 어느 하나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공존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작가는 전시 오픈 당시 “인간과 생물다양성을 이루는 종들과의 아름다운 공존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홍윤희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전시를 전후해 “호랑이 보전은 단순히 하나의 종 보전을 넘어 서식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잊지 않고, 생물다양성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류가 동물에게 저지르는 실수 지적하는 사람들

동물의 입장과 시선에서 환경 메시지를 던지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많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이던 지난 2020년 8월에는 뮤지션과 작가, 변호사, 동물법 연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동물의 얼굴을 빌린 낭독 퍼포먼스를 통해 동물들을 대신(?)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던 때다.

당시 뮤지션 겸 작가 요조는 뱀 역할을 맡아 “내가 사는 곳에 마음대로 침범한 것은 당신”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내 피부를 벗겨 가방과 구두를 만들어 걸치고 다니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목소리도 없으면서 비명을 지르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 김탁환은 메르스의 주범으로 꼽혔던 낙타의 입을 빌려 “감금의 이유나 검사의 근거에 대한 답을 못 듣고 나는 죽을 것이다. 그것이 동물원에 갇혀 살다 죽는 낙타를 비롯한 동물들의 운명”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시국선언 기획자 현희진 작가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구가 인간의 것이라는 생각부터 잘못됐다”고 전제하면서 “인간도 수많은 동물 중의 하나고 그들과 함께 지구를 공유하는 사이이므로 지구가 마치 내 것인 양 다른 동물들의 영역을 마음껏 침범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16일에는 한국동물보호연합이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을 광범위한 동물학대 공장”이라고 주장하며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중단하고 비건 위주의 식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동물보호연합은 “국내에는 매년 약 12억 마리의 농장동물들이 식용으로 희생되고 있으며, 국내 95%이상의 농장동물들이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도입된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이 동물들을 잔인한 사육 환경으로 내몰고 있으며 동물들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구에는 인간만 사는 게 아니라 수많은 동식물이 함께 산다. 동물의 시선으로 생물다양성 문제를 바라보면 인류를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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