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플라스틱컵 제대로 잘 버리기

시원한 음료가 절실한 날씨여서일까? 버려지는 1회용 컵이 여기저기 너무 맣이 보인다. 사진은 지난 4월 기자가 직접 촬영한 버려진 1회용 플라스틱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시원한 음료가 절실한 날씨여서일까? 버려지는 1회용 컵이 여기저기 너무 맣이 보인다. 사진은 지난 4월 기자가 직접 촬영한 버려진 1회용 플라스틱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에 입사해 2가지를 줄였다. 육식과 쓰레기다. 술을 끊은지 2년이 넘었는데 첫 시작은 고기 안주를 줄이기 위해서였고 지난해 1년 넘게 사용했던 비닐봉투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가지고 다녔다. 그 결과 꽤 많은 육식과 쓰레기를 줄였는데 여전히 잘 안 줄여지는 게 있다. 바로 1회용 플라스틱컵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차가운 커피 유혹을 참기 어렵다. 기자는 소위 말하는 ‘얼죽아’ 취향이지만 겨울에는 2-3일에 한 번이면 충분했던 커피를 요즘은 거의 매일 마신다. 그러다 보니 1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가능하면 덜 쓰고 부득이하게 사용하며 잘 씻어 분리배출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집에서는 커피를 내려 먹고 컵을 씻으면 되니까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얼음은 냉동실에 한꺼번에 얼려두거나 정수기에서 만들어 먹으면 되니까 쓰레기가 나올 일이 없다. 문제는 밖에서 취재하거나 이동하는 도중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다. 취재원을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눌 때도 습관적으로 서로 커피를 권한다.

직업적인 이유로,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상황 등이 완화되면서 요즘은 집에서보다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 날이 많다. 밖에서 ‘아아’를 마시려면 쓰레기가 나오기 쉽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차가운 음료를 자주 찾게 되고 그런 가운데 다회용컵이 아닌 1회용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 1회용 플라스틱컵 매년 33억개...줄여야 인류가 산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하려면 1회용컵을 쓴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 되지만 겨울에는 보온병을 잘 들고 다니는데 더운 여름에는 짐이 많아지는 게 싫어서 그런지 잊어버리는 날이 많다. 그러다 보니 1회용 플라스틱컵을 자주 버리게 된다. 편의점 커피를 마시는 방법도 있지만 거기서도 얼음컵은 1회용이다.

기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그래서일까. 함부로 버려지는 1회용 플라스틱 컵이 요즘 부쩍 자주 보인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매주 목요일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기사를 연재한다. 길 위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하는 기사다. 관련 취재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보이는 쓰레기가 2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1회용플라스틱컵(또 하나는 담배꽁초)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방이 좀 무거워도 텀블러를 다시 가지고 다닌다. 대낮 땡볕에 노트북 담긴 가방에 텀블러까지 넣으면 몸이 힘들지만 무게를 조금 더 지는 대신 1회용 플라스틱컵 하나를 줄일 수 있다는 마음에서다. 다만,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가방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다 보니 매일 들고 다니지는 못한다.

대신 컵은 꼭 집으로 가져와 깨끗이 헹궈 분리배출한다. 1회용품을 하나도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제품은 조금 더 사용하고 버릴 때는 정해진 방법을 지켜 제대로 배출하는 일이다. 기자는 부득이 사용한 플라스틱 컵은 깨끗이 헹궈 물기를 바짝 말린 다음 모두 모아 분리배출한다.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과 함께 플라스틱 3가지 품목의 소비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인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연간 65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게로 따지면 약 0.9Kg에 해당하는 양이다. 대한민국 인구를 5천만명 내외로 잡으면 1년에 1회용컵 33억개를 사용한다는 얘기다. 줄이려고 마음 먹으면 더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별다른 마음을 먹지 않으면 매일 1회용컵을 쓸 수도 있다.

‘어차피 33억개가 버려지니 의미없다’고 애써 자위하며 내 몫을 거기에 하나 더 얹을지, 아니면 너무 많이 버려지고 있으니 나부터라도 뺄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가능하면 후자의 마음이 더 좋겠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020년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73회차는 환경에 영향 덜 미치는 커피를 위한 노력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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