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폐기물, 버려지는 쓰레기 중 중 44.5%
노트북처럼 욕실도...바꾸지 말고 고쳐쓰자

국내 폐기물의 절반 가까이는 건설폐기물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고 개인이 줄이기도 어렵다. 하지만 최근 기자는 그걸 줄여 볼 기회가 있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폐기물의 절반 가까이는 건설폐기물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고 개인이 줄이기도 어렵다. 하지만 최근 기자는 그걸 줄여 볼 기회가 있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지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내가 집에서 버리는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만 생각하는데, 사실 국내 폐기물의 절반 가까이는 건설폐기물이다. 이건 개인이 줄이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기자에게는 그걸 줄여볼 기회가 있었다.

◇ 건설폐기물, 버려지는 쓰레기 중 중 44.5%

우선 건설폐기물 얘기 먼저 하자.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폐기물 발생 현황을 보면 매일 49만 7,238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 중 건설폐기물이 44.5%를 차지하고 사업장(40.7%)과 생활계(11.7%), 의료폐기물 등 지정폐기물(3.1%)이 그 뒤를 따른다. 국내 쓰레기의 절반 가까이가 건설폐기물이라는 의미다. 건설폐기물은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22만 1,102톤 발생한다. 이 내용은 지난해 8월 한겨레21 등을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과거 본지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콘크리트가 큰 지분을 차지하며 독성이 아주 많지는 않은데 덩치가 크고 양이 많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재활용 목재와 가연성 폐기물 등이 꼼꼼하게 분리 배출되지 않아 자원재활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불합리한 비용 부담도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적 있다. 한국목재재활용협회는 지난 2020년 “건설현장에서 분리 배출되어야 하는 현장 폐기물들이 폐목재와 섞여 배출되는 경우가 많아 자원재활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폐목재 재활용 업체들이 비용부담까지 떠안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건설폐기물들이 재활용 목재에 섞여 배출되면 폐목재를 다시 풀어 손으로 쓰레기를 골라내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목재 더미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배출하는데도 비용이 투입된다는 주장이다. 많이 버려지는 건설폐기물이 때로는 배출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 노트북처럼 욕실도...바꾸지 말고 고쳐쓰자

건설 폐기물 내용을 찾아본 이유는 얼마 전 기자 집 욕실 공사를 해서다. 타일 일부가 깨지고 금이 가는 등 ‘세월의 흔적’이 쌓인 욕실을 깨끗하게 수리하려고 했다. 벽과 바닥을 포함해 욕실용품을 모던한 느낌의 새것으로 모두 바꾸려고 했다.

그랬더니 폐기물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버려지는 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건설폐기물 얘기를 들으니 벽과 바닥을 모두 뜯어내는게 왠지 양심에 걸렸다. 물론 건설폐기물의 대부분은 대규모 공사장 등 건설 현장에서 나올테고 우리 집 욕실 하나 뜯어낸다고 폐기물 총량이 크게 달라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을 버리자는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계획을 바꿨다. ‘전면 리모델링’에서 ‘부분 수리’로 바꿨다. 공사를 담당한 업체에서는 “전체 통으로 하는 게 작업 과정도 편리하고 비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고 제안했지만 그래도 버려지는 것을 줄이고 싶었다.

욕실 바닥은 그대로 두고 타일 중 깨지거나 금이 간 것만 교체하기로 했다. 망가진 것만 뜯어내고 교체하면 여기저기 짜깁기 한 느낌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벽 전체를 바꾸는 건 환경적으로 낭비하는 일이라고 되새기며 결심을 굳혔다. 변기는 그대로 사용하고 세면대만 바꾸면서 수건걸이나 휴지걸이 등 벽에 달려있던 욕실용품도 그냥 쓰기로 했다. 욕실 문짝과 문틀도 모던한 느낌과 소재로 교체하기로 했는데 문틀은 그대로 남겨 기능적으로 보수만 하고 문짝만 바꿨다. 업체에서 말한대로 가격 차이가 별로 크지 않았지만 폐기물은 나름 줄었다.

과거 기자는 A/S나 수리에 익숙하지 않았다. 물건에 금방 싫증내고 지름신에 쉽게 굴복했다. 휴대전화는 1년도 안 되어 바꿨고 노트북도 남들 눈에 좋아보이는 것으로 자주 교체했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두고 나서는 ‘고쳐쓰기’에 익숙해졌다. 작년 여름에도 버리기 직전의 노트북을 수리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 기사도 그 노트북으로 쓴다. 이번에 바꾼 욕실도 최대한 깨끗하게 또 오래 사용할 생각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71회차는 버리거나 교체하지 않고 수리한 사례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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