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은?
“궁극적인 지향점은 효과적인 자원순환”
재활용 과정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 미친다면?
“버려지는 플라스틱 70%는 물리적 방식 재활용 불가”

썩지 않아서 골칫거리인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재활용의 지향점이 ‘자원순환’ 또는 ‘순환경제’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화학적 재활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썩지 않아서 골칫거리인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재활용의 지향점이 ‘자원순환’ 또는 ‘순환경제’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화학적 재활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썩지 않아서 골칫거리인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재활용의 지향점이 ‘자원순환’ 또는 ‘순환경제’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화학적 재활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교보지식포럼’을 통해 발표한 ‘플라스틱 재활용 당위성과 기술현황’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화학적 재활용의 종류와 국내 기업의 최근 근황 등을 언급했다.

◇ 화학적 재활용의 3가지 방법

보고서는 화학적 재활용의 종류를 해중합과 열분해 그리고 가스화 등 크게 3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중합 반응을 통한 화학적 재활용은 CRM이라고 부른다. 물리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녹여 다시 성형하고 CRM은 플라스틱을 그 원재료인 단위체로 바꾸는 과정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렇게 되면 원유에서 생산한 신규 플라스틱 원재료와 동일하기 때문에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점인 품질 저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합 소재 플라스틱이나 오염, 염색 등 물리적 방식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소재들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고서는 CRM이 경제성 측면에서 상용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유에서 원재료를 생산하는 방식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폐플라스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PE(폴리에틸렌)/PP(폴리프로필렌)를 해중합 할 경우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흡열 반응이 발생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PE 1kg의 탄소 분자 사이의 결합을 끊어 원재료인 에틸렌으로 전환 시키려면 800℃까지 온도를 올려야 한다. 기존에 에틸렌을 투입해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정이 약 100℃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셈이다. 따라서 해중합 반응을 이용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CRM)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가격이 저렴한 촉매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 “궁극적인 지향점은 효과적인 자원순환”

열분해와 가스화 관련 내용도 설명한다. 보고서는 열분해가 현재 가장 상용화되어 있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열분해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높은 온도로 열을 가하면 물질이 분해하기 시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면 플라스틱 분자가 불규칙적으로 분해되는데, 분해 생성물로 무거운 탄화수소들이 주로 생성되어 저급 디젤유나 보일러 연료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이 자원 순환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연료로 사용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를 비롯한 해외 주요 화학 기업들은 폐플라스틱을 통해 생산한 연료유를 플라스틱 원재료까지 정제하는 단계를 연구 개발 중이다.

가스화는 폐플라스틱이 무산소 상태의 가스화 반응기에 투입돼 고온의 촉매 및 수증기와 혼합된 뒤에 열분해 가스화되어 합성가스(수소, 메탄 등)로 분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발생한 합성 가스를 활용해 플라스틱 생산에 다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엄밀히 따지면자원 순환이라는 근본적인 재활용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긍정적인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가스화 기술은 향후 수소경제 도래 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수소 생산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021년 6월 국내 기업 폐기물 가스화 전문 업체 플라젠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인 SSC사와 합의 각서를 체결하고 사우디 얀부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폐플라스틱 수소 생산 플랜트 건설 추진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플라스틱을 새로 만드는 것에 비해 재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그 취지가 흐려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재활용의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플라스틱을 새로 만드는 것에 비해 재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그 취지가 흐려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재활용 과정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 미친다면?

보고서는 재활용의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과 화학적 재활용을 둘러싼 최근 근황 등도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의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플라스틱을 새로 만드는 것에 비해 재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그 취지가 흐려진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LCA(환경전과정평가)라는 분석 평가 기법이 도입됐다.

LCA는 제품 또는 시스템의 전 과정에 걸친 투입물과 배출물을 정량화하고 이와 관련된 잠재적 환경 영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환경 영향 평가 기법으로, 국제적으로 표준화 되어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수행된 폐플라스틱 재활용 LCA 평가 결과를 볼 때 현 상황에서 화학적 재활용과 열적 재활용은 오히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재활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환경 부하가 더 컸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CO2 배출량을 비교해 볼 때 재활용 방법 중 물리적 재활용만이 배출량 저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원 고갈, 지구 온난화, 오존층 등 다각도의 환경 영향을 가중 평균해 보았을 때 환경 부하가 가장 적은 재활용 방법은 물리적 재활용이고, 화학적 및 열적 재활용 방법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 “버려지는 플라스틱 70%는 물리적 방식 재활용 불가”

보고서는 순환 경제라는 플라스틱 재활용의 지향점을 위해서 화학적 재활용이 바람직하나, 현재 기술력으로는 LCA와 경제성 차원에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역시 현재 대부분이 물리적 재활용이라고 언급했다.

환경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생활 폐기물 중 플라스틱 배출량은 일일 1.1만톤이다. 이 중 폐기물 중간 처분 업체 항목을 보면 2019년 국내에 화학적, 생물학적 방식의 폐 합성수지 재활용 사례는 없다. 기계적(물리적) 재활용의 일일 처리량은 약 0.117만톤으로 전체 생활 폐기물 플라스틱 배출량 중 10%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화학적 재활용은 당장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지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 분명한 지향점”이라고 언급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약 70%는 오염, 소재 혼합, 염색 등의 이유로 물리적 방식을 통해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도 서울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재활용 선별시설로 반입된 폐기물 중 약 46%는 소각하거나 매립된다. 나머지 54% 중에서 실제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30~40%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전체 비율로 볼 때 약 18.9%만이 실제 재활용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하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대상을 넓힐 수 있는 화학적 재활용이 절실한 이유”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를 이용한 연료유 생산 단계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투입해 열분해 한 다음 연료유를 생산해 난방용이나 산업용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순한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2018년도 기준 국내 6개 사에서 폐비닐로 재생 연료유를 약 4,500kl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현재까지는 규모의 경제 및 투입 에너지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연료유의 경제성이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 혜택과 기술 개발로 향후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2021년 3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활성화 방안을 언급하면서 폐플라스틱 열분해 비중을 2030년까지 10%로 늘리고 소비 활성화를 위해 열분해유를 사용 시 탄소 배출권으로 인정하며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을 감면해 주는 내용 등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은 국내 기업들의 연구 개발과 함께 기존 연료용 수요 외에도 석유화학 원료 및 수소 제조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을 둘러싼 많은 이슈와 여러 논란, 그리고 다양한 주장이 있습니다. 여러 갈래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개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자연을 보호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말자'는 목소리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줄이고 뭘 더해야 할까요.

인류의 행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의 지난 활동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미 많았습니다. 여러 환경단체에서, 다양한 정부 부처가, 그리고 입법 활동과 정책을 주관하는 많은 기관이 환경 관련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그들이 보고서나 회의록 또는 토론 자료를 통해 공개한 환경 관련 통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이번 보고서는 교보지식포럼(KIF)2022에서 발표된 ‘플라스틱 재활용 당위성과 기술 현황’입니다. 이 보고서는 4회차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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