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매한 1회용 비닐 장갑. 제품 겉면에 “천연 사탕수수로부터 얻은 착즙에서 설탕을 정출시키고 남은 최종 산물이 함유돼 안전한 친환경제품”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한 기자 2022.4.7)/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구매한 1회용 비닐 장갑. 제품 겉면에 “천연 사탕수수로부터 얻은 착즙에서 설탕을 정출시키고 남은 최종 산물이 함유돼 안전한 친환경제품”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한 기자 2022.4.7)/그린포스트코리아

기사 제목이 ‘제로웨이스트 도전’이지만 쓰레기를 정말 제로(0)로 만들 수는 없다. 1회용품 사용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전혀 안 쓸 수는 없다. 기자 역시 종종 사용하는 1회용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비닐장갑이다.

양념이나 생선 같은 식재료를 많이 사용해 요리할 때, 집 구석구석 대청소 하거나 뭔가 많이 만져야 할 때 비닐장갑을 가끔 쓴다. 손에 묻는 걸 막으려는 취지도 있지만 위생상 장갑을 착용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서다.

1회용 비닐장갑은 구하기 쉽다. 1천원이나 2천원만 내면 몇 달은 넉넉한 양을 살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면 되니까 편리하다. 문제는 그 편리함이 곧 환경적인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제대로 분리배출된 비닐은 재활용된다. 그런데 다른 제품의 재료로 재활용하는 (물질재활용) 사례도 있지만 열회수 등 (에너지재활용)의 형태로 더 많이 처리된다. 폐비닐을 파쇄하고 세척해 녹여서 작은 알갱이로 만들어 다른 물질의 재료로 사용하거나 이물질을 걸러낸 비닐 성분을 분쇄하고 압축해 고효율 연료로 만드는 기술 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태워서 그 열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자원순환 측면에서 보면, 열을 한 번 내기 위해 태우는 것 보다 다른 제품의 재료로 활용해 소재의 수명이 더 길어지는 게 환경적으로는 유리하다 하지만 비닐의 경우 에너지재활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가 없다면...?

개인 위생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사용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집 근처 생활용품 매장에서 ‘안심하고 제품을 구경하라’면서 비닐장갑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최근 몇 번의 선거에서는 비닐장갑은 유권자가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필수품이 되기도 했다. 뷔페 식당이나 스포츠경기장, 전시관 등에서 1회용 비닐장갑을 제공한 경우도 있다.

사용을 줄이되, 쓸 때도 이왕이면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기자는 최근 에코(ECO)타이틀이 붙은 비닐장갑을 샀다. 제품 겉면에는 “천연 사탕수수로부터 얻은 착즙에서 설탕을 정출시키고 남은 최종 산물이 함유돼 안전한 친환경제품”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제품 포장은 코팅되지 않은 종이로 되어 있었고 환경부 환경표지 인증원료를 함유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았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가격은 3,200원으로 기존에 쓰던 제품보다 두배 가까이 비쌌다.

물론 생분해 비닐 등이 반드시 환경적이라고 맹신하기는 어렵다. 땅에 묻으면 자연적으로 처리돼 퇴비화하거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취지인데, 현재 우리나라 생활폐기물은 대부분 쓰레기를 태운 다음 그 재를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재 자체보다는 제품을 사용하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관한 강의에서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도 그 얘기에 동의한다. 소재를 바꾸는 것 보다는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제품 대신 여러 번 다시 쓰는 물건을 사용하는 게 환경에 미칠 영향을 줄이는 일이다. 하지만 1회용 제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생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최대한 사용을 억제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환경적인 고려가 들어간 제품을 쓰려고 노력한다.

에코(?) 비닐 장갑은 한 달 전에 샀다. 그리고 지금까지 딱 2장 썼다. 최대한 아껴 쓰고 있다는 의미다. 참고로 기자는 1회용 비닐봉투 하나를 1년 넘게 사용해 본 경험도 있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68회차는 조금 더 비싼 1회용품을 구매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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