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서 셀프 플로깅 실천
친환경 굿즈보다 중요한 건 버려지는 것 줄이기

기자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연재를 시작했다. 제대로 분리배출 되지 않은 채 쌓인 쓰레기더미를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 때로는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진은 과거 본지 다른 기자가 한강공원에서 플로깅을 진행한 후 촬영한 쓰레기봉투.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연재를 시작했다. 제대로 분리배출 되지 않은 채 쌓인 쓰레기더미를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 때로는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진은 과거 본지 다른 기자가 한강공원에서 플로깅을 진행한 후 촬영한 쓰레기봉투.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연재를 시작했다. 제대로 분리배출 되지 않은 채 쌓인 쓰레기더미를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 때로는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함부로 버려진 마스크나 쓰레기, 남의 집 문 앞이나 공공시설 위에 버려진 1회용 플라스틱컵, 보행자 도로에 아무렇게나 투기한 폐기물 더미 사진을 찍었다. 아무렇게나 방치된 구조물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의류수거함 사진도 있었다.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안내문과 그 안내문 아래 마치 보란 듯 버려진 쓰레기도 자주 목격했다. 이번주에는 96번째 사진으로 함부로 버려진 담배꽁초 모습을 촬영했다.

그런데, 나아진 게 없다. 길 위의 쓰레기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려고 일부러 어렵게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장씩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지금도 기자의 스마트폰에는 앞으로 2개월 분량 연재 사진이 저장돼있다. 쓰레기를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오늘은 사진 좀 찍자’고 마음만 먹으면 한 달 분량 사진을 바로 저장(?)할 수 있다.

◇ 사진 찍은 쓰레기를 직접 줍다

그래서, 나아지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진을 찍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그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요즘 유행한다는 플로깅을 직접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사진 찍은 쓰레기를 직접 줍고 있다.

플로깅(Plogging)은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업(Plocka Up)과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을 더해 만든 단어다. 쉽게 말해 조깅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의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줍깅(줍다+걷다)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해졌다.

기자의 플로깅 원칙은 간단하다. 사용하지 않는 장바구니에 오래된 젓가락을 넣어 가방에 넣고 다니다 사진 찍은 쓰레기를 거기에 담아 집으로 가져와서 종량제봉투에 버린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며 담배꽁초를 모두 치우려면 종량제봉투 한 개를 꽉 채워도 부족하니 그냥 사진으로 찍은 것만 가져와서 버린다. 작은 힘이나마 보태자는 취지다.

비닐봉투와 1회용 장갑은 사용하지 않는다. 플로깅이나 줍깅을 위해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기자도 그 지적에 동의한다. 플로깅에 필요한 물건을 공짜로 주거나 관련 활동을 인증하면 친환경 굿즈를 선물로 주는 경우다.

◇ 친환경 굿즈보다 중요한 건 버려지는 것 줄이기

물론 맨손으로 쓰레기를 주워 담을 수는 없다. 그러니 사람들을 모아 쓰레기를 청소하려면 비닐장갑이나 쓰레기를 담는 봉투가 필요하다. 친환경 행사로서 플로깅을 기획했다면 주최 측에서 필요한 물건을 나눠주고 여러 사람의 참여를 동참하는 것도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괜찮은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집에 일회용 장갑이나 남아도는 비닐봉투가 있다. 청소도구를 모두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만 나눠줘도 된다. 쓰레기를 줍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추가로 기념품을 나눠주는 것도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플로깅 등을 직접 실천하는 단체 ‘와이퍼스’ 운영자 황승용씨도 본지 인터뷰에서 위와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황씨는 “기업 연계로 이루어지는 플로깅 중에, 환경 자체보다는 굿즈(기념품)나 회사의 이미지만을 위해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많이 쓰는 회사나, 패스트패션 위주 기업이 갑자기 플로깅을 한다고 하면 오히려 플로깅 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깎는 행동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리더 (활동명) 비키 씨도 본지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요즘 플로깅이라는 단어가 그냥 단순히 쓰레기를 줍고 해당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협찬사나 주최측이 제공한 일명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제품을 나누어주는 행사로 바뀐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진짜 친환경 제품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물티슈”라고 덧붙였다.

며칠에 한 번, 하루에 2~3개씩 쓰레기를 주워 담는다고 거리가 깨끗해질 리 없다. 하지만 사진만 찍어 올리는 것 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이라도 치우는 게 지구를 위해서는 더 나은 일이 분명하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020년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66회차는 집 근처에서 직접 쓰레기를 주은 경험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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