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 버려진 1회용컵
'버스 정류장'과 '쓰레기통'은 서로간에 교집합이 없는 단어다.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혀 다른 두 명사. 하지만 저 사진에서는 두 단어가 하나로 합쳐졌다. 누군가 앉아서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좌석을 어떤 사람이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놓은 탓이다.
과거에는 버스 정류장에도 쓰레기통이 있었다. 기자는 20여년 전 종로3가 버스정류장 쓰레기통에서 담뱃불로 불이 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 쓰레기통이 있었으면 저렇게 안 버렸을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공장소에 놓인 쓰레기통에 자기 집 쓰레기를 내다 버리거나 분리배출 안 하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서다.
버릴 곳이 없어서 불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들면 안 된다.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 집에 가져가서 버려야 한다. 버스 정류장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놓고 본인 혼자 타고 가버리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할까?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95번째 사진은 버스 정류장에 버려진 1회용 컵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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